중국 북경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오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낀 채 입장했다.
이 회장은 23일 베이징 도착 후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로 키'(low key) 행보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북경(베이징)에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는 인사만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발전포럼 한 세션에서 연설자로 나서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언급하고, 중국 농촌 교육에 기여를 늘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이러한 잠행 행보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각)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동을 건 이른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중국은 이에 대해 22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계기에 "철두철미한 과학기술 봉쇄와 보호주의 행위"라며 "결연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