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인공지능(AI)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데이터 분석과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쓰이는 AI가 한 갈래, 우리 곁 가까이에서 비서 또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AI가 나머지 갈래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생성형 AI는 이 둘이 합쳐진 개념이다. AI에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셋을 학습시켜 사람들이 손쉽게 정보에 접근하도록 돕는 게 생성형 AI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에서 열린 어도비 연례 콘퍼런스 ‘서밋’에 참석,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와 대담 중 “생성형 AI의 핵심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더 윤택하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 CEO는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생성형 AI는 최근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생성형 AI가 실질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며 “기업 업무의 50%가 80%가 됐든 효율을 높일 때에야 생성형 AI는 비로소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수 CEO는 그러면서 “생성형 AI의 학습을 뒷받침하는 건 수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즉 반도체다”라며 “관련해서 새로운 기술들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 CEO는 올해 1월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GPU와 CPU를 결합한 ‘인스팅트 MI300′ 칩을 소개한 바 있다. AMD에 따르면 인스팅트 MI300은 세계 최초로 GPU와 CPU를 통합한 것으로, 모델링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몇 달에서 몇 주로 단축할 수 있다.
수 CEO는 이날 나라옌 CEO와의 대담에서 생성형 AI 등 다양한 기술이 쏟아져나오는 현 시점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 통용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장기적인 도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지난 30년간 반도체는 그저 전자기기 어딘가에 숨어있는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을 통해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보기 시작한 뒤에야 사람들은 반도체의 중요성, 나아가 필수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들은 ‘앞으로 5년 뒤 세상이 필요로 하게 될 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모색해왔다”고 했다.
수 CEO는 이어 “지금 쓰이는 반도체 기술들은 대부분 3~5년 전에 고안된 것”이라며 “이곳 청중 여러분에게 와닿을 만한 예로는 렌더링 속도를 단축시키는 기술이 있겠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혁신의 속도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수 CEO는 지난해 공개한 AMD의 새 브랜드 ‘함께 우리는 나아간다(Together We Advance)’를 언급하며 이종·동종 기업 간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기술을 한계치로 끌어올릴 때 얼마나 많은 발전이 이뤄지는 지 알지 못한다. 차세대 반도체를 공개할 때면 ‘굳이 그런 게 필요하느냐’ ‘이미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라고 묻는 사람도 왕왕 있다”며 “나는 그런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우리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분명 지금보다 10배, 100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수 CEO는 “이는 강력한 파트너십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기업들이 서로 간의 장벽을 허물고 각각이 보유한 전문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면 이전에 없던 종류의 기술이 탄생할 수 있다. AMD는 어도비를 비롯한 파트너사들과 함께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정의를 새로 쓰고자 한다”고 했다.
수 CEO는 끝으로 ‘AI를 한 마디로 요약해달라’는 나라옌 CEO의 요청에 “앞으로 10년을 바라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