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법원 전산망 마비로 재판 일부가 연기되고 전자소송 등 대국민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 시스템 유지·운영 주체가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법원이 사법 업무 전산화를 통해 재산 사무 시스템을 완비한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23일 법원행정처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법부 데이터센터 유지·관리 운영사는 삼성SDS와 세종ITL, 타임소프트 등이다. 법원행정처는 부산·수원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데이터 이관 및 신설 작업을 지난달 28일 오후 8시에 시작해 이달 2일 오전 4시에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작업이 지연되고 일부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재판사무시스템,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 등이 중단됐던 것이다. 재판은 전자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이를 종이 기록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에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거나 변제금 납부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법원행정처는 “진행 중인 회생·파산 사건, 종결 및 보존된 사건의 데이터의 양이 2017년 서울회생법원 개원 당시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예측하지 못한 오류와 변수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당초 예정된 시간 내에 데이터 이관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관 대상 데이터베이스(DB) 서버 등이 노후화돼 성능이 예상 속도에 못 미쳤고, 최근 DB 파트 IT 엔지니어의 이직으로 인해 인력이 교체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앞서 전산 시스템 마비로 항소장이나 상고장 등을 제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재판부에 추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자소송시스템은 이달 2일 오후 11시에 재개됐다가 이달 4일 오전 0시 10분부터 5일 오후 9시까지 두차례 중단됐다. 이관 자료는 7억7000만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재판 사무 및 전자 소송 시스템을 이용하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큰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시스템 유지·관리 운영사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전산망 먹통 사태는 국민과의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시스템 구축 뿐 아니라 유지·보수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요한 서류가 하루만 늦게 접수돼도 사건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오류 가능성 등 다양한 부분을 사전에 예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