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은 믿을 수 있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는 기업과 일하기를 원한다.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으로서 지난 40년간 출신 국가, 나이, 배경은 물론 관련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및 전문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혁신을 이뤄왔다. 지난 20여년간은 디지털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혀 기업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 잠재 고객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하지만 어도비가 자부심을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일이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에서 연례 콘퍼런스 '서밋'을 열고 전 제품군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도비는 이날 크리에이티브 생성형 AI 모델군 '파이어플라이'의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이를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도큐먼트 클라우드 등 자사 클라우드 전반에 순차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를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등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앱)에 우선 탑재할 방침이다. 시중에 나온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사용한 뒤, 포토샵 등으로 최종 수정해야 했던 창작자의 수고로움을 덜겠다는 취지다. 현재 모델은 어도비가 축적한 3억3000만개의 사진과 비디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성된 '스톡'과 저작권이 만료된 사진, 무료 사진, 공공 도메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학습해 저작권 문제로에서도 자유롭다.
어도비는 추후 다른 모델들은 다른 출처의 에셋, 기술 및 학습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어도비 관계자는 "여러 산업군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라며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학습시켜 원하는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했다.
어도비는 아울러 '익스피리언스 매니저' 등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앱에도 파이어플라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익스피리언스 매니저는 디지털 에셋 관리 시스템으로, 마케팅 부서 내 누구나 콘텐츠를 신속하게 검색 및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이 모든 채널에서 일관된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도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 '엑셀' 등에서 편집한 콘텐츠를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다"라며 "마케터들은 이제 온라인 채널별로 새 편집 도구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도비는 이날 파이어플라이의 '인간 중심 접근 방식'을 특히 강조했다. 나라옌 CEO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AI와 머신러닝을 버즈워드(신조어 또는 유행어)처럼 쓰고 있지만, 우리는 이 두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이 기술들이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어도비는 창작자가 자신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생성형 AI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라옌 CEO는 이어 "어도비에 스톡 이미지를 제공하는 창작자들을 위한 보상 모델을 준비 중이다"라며 "파이어플라이의 베타 기간이 끝나는 대로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어도비는 창작자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표절 등 윤리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속성'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발족한 '콘텐츠 진위 이니셔티브(CAI)'가 그 예다. 어도비에 따르면 CAI는 현재 전 세계 900개 이상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어도비 관계자는 "비영리 단체인 C2PA를 통해 개방형 업계 표준의 수립도 추진 중이다"라며 "CAI는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게 이미지의 콘텐츠 자격 증명(Content Credential)에 범용 '학습 금지(Do Not Train)' 태그를 삽입하는 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