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 엔씨소프트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홀로그램(Hologram)에 투자를 본격화하며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등의 선행기술개발조직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스타트업 라이트필드랩은 기존 투자자인 삼성벤처스에 이어 LG전자, 엔씨소프트 등 한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라이트필드랩은 보조적인 장치 없이 3차원(D)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솔리드 라이트(SolidLight)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이다. 솔리드 라이트 플랫폼을 사용하면 별도의 전용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고도 공중에 형성된 홀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 빛의 '간섭'으로 만들어진 실사형 디스플레이
홀로그램은 완전함을 뜻하는 홀로(Holo)와 정보를 뜻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로, 실물처럼 보이는 3D 영상이나 이미지를 말한다. 1948년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핵심 원리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이 기술은 1960년대 레이저 기술이 개발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0여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6년 디지털 홀로그래픽 3D 기술을 선보인 이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홀로그램은 빛의 간섭현상에 의해 입체 영상이 구현되는 것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있다. 아날로그 방식은 두 개의 레이저 광선이 겹쳐 간섭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정지해 기록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올록볼록한 3D 이미지의 책받침이나 지폐의 위조방지 표식 등에 활용된다.
디지털 방식은 수학적 계산과 처리를 통해 간섭 무늬를 만들고 데이터로 기록, 3D 영상을 재생하는 것이다. 가간섭성이 있는 광원을 활용해 입체영상을 구현한다. 가간섭성이란 길다란 실 같은 빛의 성질을 의미한다. 홀로그램은 광선들이 서로 만나 간섭하는 원리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간섭으로 이루어지는 빛의 점들이 디스플레이에 비유하면 픽셀 역할을 하는 셈이다.
◇ 홀로그램, 메타버스 시대 핵심 기술
기존에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주로 2D 캐릭터로 구성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메타버스에 확장현실(XR) 기기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XR의 핵심은 홀로그램을 통한 입체영상 구현이다.
삼성, LG가 홀로그램 분야에 투자하는 배경에는 미래 먹거리인 XR 사업 확장과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1차 협력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의 경우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XR 기기 상용화에 앞서 '올레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레도스는 기존 유리 기판으로 제작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달리 실리콘 기판에 제작된다. 때문에 메타버스용 디스플레이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휘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이노텍은 이미지를 3D로 인식해 구현하는 '3D 센싱모듈'에 주력하고 있다. XR 헤드셋은 입체영상 구현을 위한 3D 센싱모듈 탑재가 필수적인데, LG이노텍은 해당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