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바람의나라'에서 이용자가 NPC와 대화하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R&D(연구개발) 조직이 ‘챗GPT’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 활용되는 걸 목표로 한다.”(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 2023년 2월)

전 세계적으로 챗GPT 열풍이 불면서 게임업계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도화된 인공지능(AI)이 게임 플레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조 인물이나 대결 상대로 등장, 게임의 몰입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게임 개발 단계에서 일부 작업에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은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생성형 AI란 글, 이미지, 오디오 등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이와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AI를 말한다. 온라인상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용자의 질문에 에세이처럼 정보를 정리해 답변하는 챗GPT가 대표적인 예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딥러닝본부에서 AI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게임성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기획, 3D 모델링·애니메이션, 프로그래밍 등 여러 제작 단계에 AI를 접목하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 역시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라며 “게임 내 캐릭터와의 대화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유저 간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테트리스 게임 개발 방법을 알려주는 챗GPT./챗GPT 캡처

◇ 사람이랑 게임 캐릭터가 대화하는 세상 오나

게임사가 AI를 활용하는 방안으로는 NPC처럼 보조 캐릭터나 대결 상대 등 게임상 등장인물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거론된다. 게임에는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스토리를 설명하고 퀘스트를 주는 등 게임 진행에 핵심적인 인물을 하는 캐릭터이자 연출을 위한 장치, 일명 ‘NPC(Non-Player Character)’가 존재한다. 예컨대 판타지 게임 속 이용자가 마을의 이장이라는 NPC를 클릭하면 ‘이 마을은 위기에 봉착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특정 몬스터를 무찔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말해주는 식이다.

현재 게임 내 NPC는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일 뿐 이용자와 실제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챗GPT가 사람과 대화하듯이 생성형 AI가 고도화된다면 게임상 NPC와 이용자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게임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가 ‘이 마을에선 내가 뭘 하면 될까’라고 물어보면 NPC가 답변을 하는 식이다.

실제 게임사들은 게임 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AI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2015년 AI랩 산하 자연어처리(NLP)팀을 설립해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NPC보다 사실적이고 개인 맞춤형 대화가 가능한 NPC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AI 가상 친구랑 대결 함께 하고 개인에 최적화된 난이도 구현

단순 NPC뿐 아니라 여럿이 모여 전투를 하는 경우, AI가 직접 대결 상대 혹은 아군으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게임에선 AI와의 대전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자가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단계까지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이 개발한 가상인간 애나.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은 AI 기술을 발전시켜 혼자 게임을 하더라도 여럿과 함께하는 것 같은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AI가 가상의 친구로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인 버추얼 휴먼을 구현하려 한다”라고 했다. 실제 크래프톤은 지난해 가상인간 ‘애나’를 선보이고 이를 가수로 데뷔시키는 등의 시도를 보였다.

유창석 경희대 문화콘텐츠관광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게임사가 AI를 활용했으나 사전에 프로그래밍돼 각각의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형태였다”라며 “정말 사람처럼, 이용자와 최적화된 난이도로 소통하며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는 AI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 AI가 일부 개발업무 대체 가능성도 있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임업계가 AI로 인건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챗GPT가 기본적인 게임 시나리오나 게임 코드 작성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일부 반복적인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예컨대 스타트업 스테빌리티 AI(Stability AI)가 내놓은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으로는 기존 이미지 등을 활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정 문장을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를 AI가 만들어준다. 현재 저작권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하나 기술이 발전한다면 충분히 게임사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기존에 활용되던 AI의 ‘스케일’이 달라지면서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업무도 AI가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