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메이플스토리 속 '환생의 불꽃' 아이템./조선DB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게임산업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안에서 높은 수위의 규제들이 제외돼 향후 시행령 논의 과정을 통해 보완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중 게임업계와 학계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행령 개정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를 해당 게임과 홈페이지, 광고 등에 표시하도록 하는게 골자다. 게임사가 법률을 위반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을 명령할 수 있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게임물 범위와 정보 표기 방법, 시정 방안 등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 규정인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에서 컴플리트 가챠(이중구조 확률형 아이템)를 금지하는 내용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을 뽑은 뒤, 그 아이템 여러 개를 모아서 또 다른 확률로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모으는 과정에서 특정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극히 낮아 단순한 확률형 아이템보다도 훨씬 과도한 구매 비용을 유도하는 점이다. 하지만 문체부는 컴플리트 가챠를 게임에서 완전히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컴플리트 가챠 뿐 아니라 확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변칙적인 운영 방식이나 규칙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아이템을 얻기 위해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 경우, 아이템 획득과 관련한 확률 이외에 특정한 조건이 붙은 것인데 이를 게임사들이 악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일본의 경우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확률도 전부 공개하고 있다"며 "컴플리트 가챠와 관련한 합성이나 변신 관련 정보, 완전한 무료가 아닌 유료와 무료 결합 확률 등을 정확히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확률 정보를 누가 검증하고 모니터링 하느냐도 관건이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문화재단 등이 모니터링 주체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위의 경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위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만으로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게임위 예산은 125억22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7억9300만원이 줄었다. 게임문화재단은 게임업계가 기금을 출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확률 검증 업무를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게임업계 자율규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그대로 이 업무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게임위가 게임이용자보호센터와 협업하는 모델도 거론된다. 하지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와 게임이용자보호센터는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 사업을 진행해도 되는 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률 검증을 위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방안이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로썬 뾰족한 대안이 없는 셈이다.

시행령을 통해 해외 게임사가 빠져나갈 구멍도 차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97.1%인 반면 해외 업체는 53.2%에 불과하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법 위반에 대해 책임질 수 있도록 대리인을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을 통해 게임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해외 게임사들이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구성될 시행령 TF에서 이 같은 난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게임학회는 "시행령 TF는 철저하게 학계와 정부의 전문가로 구성돼야 하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관리 감독기구도 민관위원회 형태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며 "시행령을 제대로 수립해 한국 게임이 사행성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