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뮤직, 스토리, 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 전 영역에 걸친 지식재산(IP) 밸류체인을 토대로 IP의 확장과 진화를 통한 IP 사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SM엔터테인먼트의 음원 및 아티스트 IP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 사업 역량이 결합해, 양사는 음악 사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IP를 다각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T 자산과 SM엔터테인먼트 IP의 결합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카카오가 지난 7일 배포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공개매수 관련 입장문 中
카카오가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성공을 목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비욘드 코리아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제시한 미래 10년 키워드로, 카카오톡 등 플랫폼으로 성공한 내수 시장에서 눈을 돌려 이제는 지식재산(IP)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확보, 그 선봉에 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이르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판 디즈니’가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54개의 자회사를 두며 카카오 공동체 내 가장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음악 사업을 하던 카카오M과 웹툰·웹소설 사업을 하던 카카오페이지의 합병체에 어썸ENT(박서준·김유정 등),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한효주·한지민·김고은·박보영 등), 제이와이드컴퍼니(이보영·이상윤 등), 킹콩바이스타십(송승헌·유연석·이동욱·이광수 등), 숲엔터테인먼트(공유·공효진·전도연·정유미·수지·남주혁 등), VAST엔터테인먼트앤미디어(현빈·이연희 등) 등 기획사와 크로스픽쳐스·바람픽쳐스·메가몬스터·로고스필름 등 영상 제작사가 더해진 결과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들 자회사를 뮤직·스토리·미디어 3개 부문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IP를 기반으로 영역 간에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에서다. 스토리 부문의 웹툰·웹소설을 미디어 부문에서 드라마·영화로 제작하고, 뮤직 부문 아티스트가 OST에 참여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사내맞선’이 한 예다. 카카오웹툰의 동명 웹툰을 크로스픽처스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IST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더보이즈’ 등이 OST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K팝을 소재로 한 웹툰·웹소설을 잇따라 선보이며 뮤직 부문과 스토리 부문의 연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브랜뉴뮤직의 보이그룹 유나이트의 세계관을 풀어낸 채팅 소설 ‘원 포 나인’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자사 버추얼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 캐릭터를 중심으로 웹툰 ‘소녀 리버스 비하인드’를 연재 중이다. 실제 모델은 없지만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다시 한번 아이돌’ ‘인생 2회차 만능 아이돌’ ‘탑스타의 재능 서고’ 등도 연재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신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넵튠, 컬러버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K팝을 테마로 한 가상공간에서 아티스트 공연을 여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120억원을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의 콘셉트와 캐릭터·세계관 기획, 음원·뮤직비디오의 제작·유통 등을 맡았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 부문을 키워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이브·몬스타엑스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아이유가 있는 이담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타사 대비 유명 아티스트 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직 부문과 시너지를 낼 스토리 부문은 이미 글로벌향을 위한 발판을 다진 상태다. 지난해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를 모두 통합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하며 북미 지역에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웹툰·웹소설(스토리)에서 영상(미디어)으로 이어지는 IP 파이프라인을 국내에서 북미로 연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 부문과 자회사 카카오픽코마의 강결합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웹툰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픽코마는 지난 2021년 프랑스에 법인을 세우며 유럽으로의 무대 확장을 예고했다.
투자 업계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나서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 모멘텀이 살아났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39.9% 지분을 확보할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연결종속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주요 자회사 상장을 미루던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하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에 쓸 실탄으로 거론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투자금도 그 결과물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르면 올해 연말 상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성공하면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스케일’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며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멜론을 제외하면 웹툰, K팝, 드라마 모두 글로벌 확장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특히 K팝 매니지먼트 사업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 연간 25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 연간 250만명의 공연 모객력을 갖추며 조 단위 매출로의 ‘퀀텀 점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 모멘텀이 본격 점화됐다”고 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시세조종 혐의다. 카카오는 전날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16만74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지난달 28일 이뤄진 거래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날 105만4341주를 사들였다. 당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거래량이 348만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주당 12만원)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대량 매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해당 의혹과 더불어 지난달 16일 IBK투자증권 분당지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헬리오스유한과 카카오의 유관 여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