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8일 경기 성남시 판교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부터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이 장관,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과기정통부

“클라우드 기반 초거대 인공지능(AI) 행정 서비스를 개발, 지금 이름을 붙이고 있는 단계에 있다. 이달 안으로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은 8일 경기 성남시 판교카카오아지트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제3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똑똑하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챗GPT’가 나오기 전부터 초거대 AI를 활용한 공공업무 혁신을 시도해왔다”며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도 챗GPT 같은 초거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민간 혁신 생태계를 (정부) 플랫폼에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그러면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경제·사회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초거대 AI 기술을 복지·재난·민원 업무 등 현안 해결에 활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공업무에 AI 데이터 활용을 일상화하고 데이터 품질을 높여 AI·데이터 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초거대 AI 등 새로운 기술을 경제 시스템에 적용, 육성하는 법 제도 개선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AI 리터러시 지원 강화 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라고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챗GPT는 새로운 AI 기술이라기보다 그간 축적한 기술들을 모아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통해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킨 결과물이다”라며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데이터 구축·개방, 컴퓨팅 인프라 고도화, 연구개발(R&D) 지원, AI 윤리·신뢰성 확보 등 AI 정책들 모두가 초거대 AI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들도 초거대 AI 개발 및 활용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특화 전문영역 등을 중심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초거대 AI 분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투자도 매우 큰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국가적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전략대화에는 고 위원장, 이 장관,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과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G AI연구원, SK텔레콤 산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국내 기업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투자를 효율화하지 않으면 한국 시장은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에 빠르게 잠식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처음엔 국내 기업을 지원할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가격을 올리고 더이상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며 정부에 “AI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눈에 보이는 제품은 아니지만 디지털 경제 미래를 좌우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인프라 투자 지원과 벤처기업 생태계 참여 장려, 인재 육성 등을 촉구했다. 백 대표는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투자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상당한 인프라 수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생태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대학이나 연구기관,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AI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열어달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AI 서비스는 가전이나 자동차 등 섹터별 응용이 필요하다”며 “버티컬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여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기정통부가 관련 지원책들을 이미 발표하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고 세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도 “현재 한국어를 중심으로 AI를 개발하고 있지만, 앞으로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제는 일상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누가 먼저 만들어내는 지가 중요하다”며 백 대표와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는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열심히 AI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AI가 앞으로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하면 혼자 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양승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 등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양 CTO는 “정부가 마련한 ‘AI 허브’에는 초거대 언어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이 때문에 지금은 기업이 자본을 들여 해결하고 있지만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학습 데이터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AI 개발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관계 부처와 함께 이달 중 초거대 AI 산업 정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