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수요 절벽 상태인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이 지난달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특수 후 TV 수요 감소와 중국발(發) 저가 물량 공세로 TV용 LCD 패널 가격이 원가 아래로 떨어지자, 패널 제조사들이 대폭 감산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해 올 상반기에도 패널 제조사들은 LCD TV 패널을 팔수록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LCD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034220)는 LCD TV 패널 생산량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며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가격 상승 흐름… "올 하반기 LCD TV 수요 증가 예상"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50인치 이상) LCD TV 패널을 중심으로 판가가 오른 데 이어 3월에는 모든 크기의 LCD TV 패널값이 전달보다 1.5~3.9% 상승할 전망이다. LCD TV 패널 가격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작년 9월 사상 최저치를 찍은 후 소폭 상승·보합세를 이어오다 지난달부터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LCD TV 패널값은 전 분기 대비 2.7%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TV 수요가 급증한 코로나19 시기 LCD TV 패널 중 가장 저렴한 32인치 패널 판가는 평년의 2배 수준인 80달러(약 10만5000원) 가까이 급등했다가 1년 만에 27달러(약 3만5000원)로 고꾸라졌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19년 3월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38달러(약 5만원)였다. 지난달 32인치 판가는 31달러(약 4만원)로, 여전히 평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작년 9월 최저값과 비교하면 약 15%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격이 많이 하락한 상태라 LCD 업체들이 실적을 개선하려면 여기서 패널 가격이 더 올라가야 한다"며 "올 하반기에는 LCD TV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으나, 중국 업체들이 또 LCD를 과잉 공급하면 가격 반등 추세는 다시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 세계 LCD 공장 평균 가동률 61%까지 내려와
바닥을 맴돌던 패널 가격이 소폭이나마 반등한 건 세계 주요 패널 제조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낮춰 공급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LCD TV 패널값이 가장 낮아진 지난해 9월 전 세계 LCD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1%까지 내려왔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년간 원가 이하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LCD를 대량 공급해온 중국 업체들도 작년 중반 대부분 가동률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LG디스플레이의 LCD 공장 가동률은 작년 12월 50% 중반까지 낮아졌다가 지난달 60%대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DSCC는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패널 업계 생산량이 수요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상반기 LCD TV 패널 가격이 완만히 상승하면서 패널 제조업체들이 손실을 줄이는 데엔 도움이 되겠으나, 영업 마진을 흑자로 전환하려면 하반기에도 패널 가격이 계속 올라야 한다"고 했다.
◇ 국내 유일 LCD 생산업체 LG디스플레이, 中 공장서만 가동률 50% 미만 운영 중
패널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사업 정리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그 사이 LG디스플레이는 적자 폭을 키우다가 작년 12월 말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폐쇄하고,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만 TV용 LCD 패널을 소량 생산 중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CD TV 사업은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고객사와 합의된 물량에 대응해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LCD TV 패널 라인 가동률은 50% 미만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시장은 LG디스플레이의 주가 동인 요인 중 하나로 LCD 패널 가격 하락 지속 여부를 꼽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현재 글로벌 LCD TV 업체들의 세트 재고 상태는 나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패널 제조사들의 재고 부담도 작년 하반기 생산 축소 효과로 크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LCD 패널 제조사들은 2분기에도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향후 LCD TV 패널 가격도 소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LCD 가격 상승 흐름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은 IT LCD 패널 출하 감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가동률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적자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