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 등 경영진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난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데다, ‘배틀그라운드’ 이후 신작도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출시 예정인 신작도 없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장 의장과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29일 만료된다. 이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두 사람의 재선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각각 임기가 3년씩 늘어난다. 장 의장은 2011년부터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김 대표는 2020년부터 크래프톤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창업자인 장 의장은 네오위즈, 첫눈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시켰고 크래프톤을 키운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의 경우 크래프톤의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 상장할 당시 비교대상 기업에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포함시키며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였는데, 이에 비해 실적은 부진해 두 사람의 향후 거취가 고민되는 상황이다.
IPO(기업공개) 당시 크래프톤은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을 45만8000원~55만7000원, 시가총액을 23조~28조원으로 제시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비교 기업 선정 방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희망 공모가 상단을 10% 낮춘 49만8000원으로 정했고, 비교 기업도 해외 기업을 빼고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기업으로 좁혔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한 크래프톤의 시총은 약 24조3500억원이었다.
한 차례 수정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당시 장 의장은 “글로벌 게임 시장에 이렇게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크래프톤을 다시 바라봐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삼성전자도 한국이라는 시장만 봤다면 그런 시가총액이 안 나왔을 것이다. 크래프톤도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독특한 투자 기회다”라고 했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주가는 2021년 11월 56만7000원까지 올랐다가, 그 이후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게임 업황이 좋았다.
장 의장은 작년 초 사내 게시판에 “우리사주를 가진 분들의 마음이 많이 힘들 것이라는 점 깊이 이해한다”며 “단기간에 주식 올리는 재주는 없지만 장기간에 걸쳐 회사 가치를 올리는 일은 자신 있다고 한 말에는 책임질 수 있다”고 했다. 믿고 기다려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작년 7월 주가는 21만5500원까지 떨어졌고, 이달 7일(종가 기준)에는 주가가 16만9200원까지 주저 앉았다.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우선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의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모바일 매출액은 1조2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했다. 인도 앱마켓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퇴출된 영향이 컸다. 게임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크래프톤의 2대 주주가 중국 텐센트 자회사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이 생긴 이후 중국 게임 앱들을 퇴출시킨 바 있다.
중국 매출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크래프톤은 중국 게임 ‘화평정영’으로부터 기술 수수료를 받는데, 중국 정부가 미성년자들은 일주일에 3시간만 게임을 하도록 강도 높은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출시된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도 기대 이하였다. 현재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 후속작’ ‘프로젝트 골드러시’ ‘프로젝트 윈드리스’ 등 4종의 게임을 준비 중인데, 이마저도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까진 주가를 부양할 성장 동력이 없는 셈이다.
SK·미래에셋·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 후 프로젝트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신규 파이프라인들에서 역량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크래프톤 구성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랑 의장 기싸움에 프로젝트가 줄줄이 접힌다’ ‘스튜디오를 자꾸 인수하는데 성과는 없다’ ‘매출 안 나오고 주가 떨어지는 것을 사원들 탓으로 돌린다’는 등의 내용이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후 1년 반 만에 주가가 고꾸라졌고 신작마저 요원한 상황인데 ‘철밥통 경영진’ 소리가 나와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