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KT 제공

KT 내부 인사인 윤경림 사장이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로 선정되면서 외풍에도 불구하고 독립적 지배구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윤 내정자를 향한 정치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윤경림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KT 내부 인사인 윤 내정자가 사령탑에 오르면서 구현모 현 대표부터 이어진 KT 출신 발탁 기조가 유지됐다. 앞서 구 대표는 남중수 전 대표 이후 12년 만에 KT 출신으로 대표에 오르면서 정치권 낙하산을 끊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대표 자리에 낙하산을 꽂으려는 정치권의 공세로 10여년간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를 향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집중되면서 역대 대표들은 곤욕을 치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임에 실패한 이용경 전 대표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 연임 9개월 만에 물러난 남중수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구현모 현 대표가 정치권의 입김을 이겨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픽=편집부

외부 인사인 황창규 전 대표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사외이사에 진보 진영 인사인 이강철, 김대유 이사를 앉히는 등 문재인 정부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연임 임기를 채웠다. 황 전 대표는 민영화 이후 유일하게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운 대표다.

윤 내정자는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으로 그룹 경영 고도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KT에서 미디어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KT의 미래 성장을 이끌었다. 윤 내정자는 각 그룹사의 잠재력과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변신한 KT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윤 내정자에 대한 KT 내부 평가는 우호적이다. KT 관계자는 "윤 내정자는 구 대표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업 전략을 함께 공유한 인물로, 디지코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정치권의 외풍만 잘 견딘다면 KT의 성장세를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윤 내정자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과 경합을 벌였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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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가 차기 대표로 윤 내정자를 선정했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먼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와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 윤 내정자를 향한 정치권의 흠집내기식 의혹 제기가 계속될 경우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경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다만 이사회 결정에 대한 외국인 지분과 소액 주주의 평가가 우호적인 만큼 윤 내정자 선임안은 무리 없이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 KT 주가를 견인한 만큼 외국인과 소액 주주는 대체적으로 KT 출신 대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라며 "정치권의 외풍과 낙하산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외국인과 소액 주주가 윤 내정자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당장 LG유플러스의 추격을 뿌리칠 사업 전략도 내놔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LG유플러스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1604만8511명으로 처음으로 25%를 넘었다. KT는 1748만9741명으로 27.2%로 2위를 유지했지만 LG유플러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의 낮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KT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9500만원으로 SK텔레콤에 이어 통신업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임단협을 통해 평균 임금을 8.7% 올리면서 3% 인상에 합의한 KT를 올해 앞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