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의 수요정보 조사결과' 중 일부 발췌. /행정안전부
"대한민국은 정부의 데이터와 민간의 서비스를 결합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정보 처리, 네트워크의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행정 서비스 수준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며, 혁신적인 행정 서비스를 통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연설 中

정부가 공공부문의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고 클라우드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정보시스템 구축 시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이용하겠다고 밝힌 지 2년째다. 하지만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지난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앞서 내세운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 원칙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전면 전환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률은 18.0%(3100개)로 전년 대비 4.7%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14.5%(449개)로 0.9%포인트 내렸다. 2021년 기준 전체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률은 13.3%(2240개),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15.4%(345개)였다.

지난해 전체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률이 오른 건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시스템 도입이 늘면서다. 지난해 클라우드를 이용한 3100개 공공 시스템 중 국자원 시스템을 도입한 비율은 49.2%(1526개)였다. 기관 자체 클라우드를 이용한 비율은 36.3%(1125개)였다.

조사 대상 공공 시스템의 37.3%(6440개)는 클라우드 이용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2023년 이후 클라우드 이용 예정인 시스템은 그에 절반도 못 미치는 17.0%(2939개)였다. 클라우드 이용 시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전환, 이용 비용 과다 소요 등 비용 부담 ▲응용프로그램 재개발, 데이터 이관, 시스템 연계 등 클라우드 전환 업무에 대한 부담 ▲시스템의 중요성으로 인한 안정성 우려 ▲해킹, 자료 유출,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이슈 발생 우려 등이 꼽혔다.

클라우드 이용 예정이 없다고 밝힌 6440개 시스템 중 클라우드 이용을 원하나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8.1%(519개)였다. 이중 53.0%(275개)는 정부 예산 지원 시 클라우드 이용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도 이용 의향이 없다고 밝힌 비율은 29.3%(152개)였다.

2023년 이후 클라우드 이용 예정인 2939개 시스템 중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41.3%(1214개)로, 국자원 시스템과 기관 자체 클라우드를 이용하겠다고 밝힌 비율 42.9%(1262개)보다 낮았다.

이번 조사는 1289개 기관 1만7243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상 시스템 중 81.4%(1만4036개)가 조사에 응답했다.

정부가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제3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2022~2024년)' 중 일부 발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는 지난 2021년 '제3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2022~2024년)'을 발표하고 '정부 및 지자체 등은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허용된 영역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이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공공부문에 진출한 클라우드 기업이 민간부문과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레퍼런스(도입 사례) 확보를 돕는다는 취지에서였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신규 서비스 기획부터 사업 추진까지 단계별로 민간 클라우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지만 뜻있는 결과는 도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업계는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늘리기 위해선 정부가 기관별로 도입 목표량을 설정하거나, 민간 클라우드 이용 수준을 평가하고 보상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 클라우드를 써도 안심이다'라는 인식이 기관들 사이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침해사고(해킹, 컴퓨터 바이러스 등에 의해 정보통신망 또는 이와 관련된 정보 시스템을 공격하는 행위로 발생하는 사고) 예방·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안부는 지난해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 개정을 통해 공공 클라우드센터와 민간 클라우드로 구분해 진행하던 정보자원 통합을 '통합관리기관'을 중심으로 재편, 민간 클라우드도 공공 클라우드센터와 동일하게 행안부 관리⸱감독 아래 둔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행안부가 기관들의 보안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준 것이지만 클라우드보안인증(CSAP)가 등급제로 개편되면서 효과가 희석됐다"고 설명했다.

'하' 등급에 대한 논리적 망 분리가 시행되면서 민간 클라우드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논리적 망 분리 조건은 기업이 민간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와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버를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 따로 조성해도 된다고 허용한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올해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사업 예산은 당초 계획 대비 5분의 1 수준인 342억원으로 축소됐다. 행안부는 1753억원을 투입해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2167개, 서버 1만3004개를 클라우드로 전환·통합할 예정이었다. 342억원은 2021년 570억원, 2022년 1786억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규모다.

이에 대해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국 국장은 지난 1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바람직한 클라우드 생태계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되려 늘려야 할 시점인데 관계부처 내에서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100%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방침인데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