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국무회의 심의·의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오는 9월부터 개인이 곳곳에 흩어진 자신의 정보를 의료,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 사이트에 가입할 때 형식적으로 체크해왔던 '개인정보 수집 필수동의란'이 없어지고, 정부가 기업이나 기관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평가한다.

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오는 14일 공포되며, 9월 15일부터 시행된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이 2011년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학계, 법조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과 2년여의 협의 과정을 거쳐 정비한 실질적인 전면 개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에게 그 정보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법적 근거가 담겼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공공 등 일부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국민이 원하면 의료·유통 등 모든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개인정보위는 마이데이터를 전 분야에 확산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대한민국 마이데이터 로드맵'을 6월까지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동형 폐쇄회로(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개인정보 처리 기준도 마련됐다. 그동안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는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었으나 개인정보 수집·처리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개정안에는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업무 목적으로 쓸 경우 촬영 사실을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하는 등 운영 기준이 담겼다.

형식적인 '필수동의' 관행도 개선된다. 정보주체의 동의에만 의존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상호계약 등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이 가능하도록 정비했다. 대신 개인정보위가 서비스 제공 기관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평가한 후 개선하도록 했다. 서비스 제공과 본질적으로 관련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선택동의'에 의해 개인정보가 수집된다.

또 AI를 활용한 자동화된 결정이 채용 면접, 복지수급자 선정 등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를 거부하거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했다. 아동에게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알릴 때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쓸 의무를 온라인 분야에서 모든 분야로 확대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의 아동 개인정보 보호 시책 의무를 명확하게 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절차 참여 의무를 공공기관에서 전체 개인정보 처리자로 확대하고, 분쟁조정을 위해 사실확인이 필요한 경우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아울러 국제 기준에 맞춰 개인정보 국외 이전을 수월하게 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형벌보다 경제벌 중심으로 묻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는 개인정보 수집·이용·파기 등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도 형벌을 내렸으나, 앞으로는 과징금이나 과태료로 전환된다.

이밖에도 매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와 개인정보 침해 발생 위험이 높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실태점검을 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