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해 중국 정부가 18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국 협력 업체들과의 단절 등으로 기술적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자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또한 이런 조치에 일본과 네덜란드도 동참하도록 했다.
경쟁 업체들과 단절되자,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생산 장비 구매에 대한 보조금 명목으로 1400억 달러(약 181조원)를 책정했다. 이를 통해 중국 유일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작사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등을 지원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금 지원만으로는 이미 수세대 앞서있는 서방 국가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반도체 장비업은 1대에 1억 달러(약 1297억원)까지 하는 장비를 판매한 후에도 설치·최적화·유지·보수 등에 걸쳐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관계가 이어져야 양측이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술적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MEE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은 주로 자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에 장비를 판매하기 때문에 삼성전자(005930)나 대만 TSMC와 같은 첨단 반도체 제조사 고객을 상대하며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제한돼있다. 번스틴 리서치에서 중국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마크 리는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어떤 진전을 이루든 대량 생산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면서 "더 많은 기술과 요령을 배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망의 세계화와 함께 공학 기술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관련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SMEE 엔지니어는 로이터를 통해 "2002년 SMEE 설립 당시에는 직원들이 중고 기계를 사서 연구하고 공개된 특허나 논문 등을 공부하는 식으로 첫 장비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쯤 실리콘 웨이퍼에 90나노(nm·10억분의 1m) 크기의 회로 패턴을 프린트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3나노 수준인 ASML에 비하면 20년은 뒤처진 수준이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규제로 선진 장비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발전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의 한 엔지니어는 미국 제재에 대해 "제재가 발표되자 모든 미국 기업이 따랐다"면서 "장비를 사면 고객서비스를 받아왔는데 이제는 제재 때문에 그마저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