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 자리를 두고 4인의 전·현직 'KT맨'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박사학위 소유자로, 학문적 지식을 사업에 접목하는 등 통신업의 혁신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최종 대표 후보 1인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우선시되는 만큼 각자가 보유한 전문지식을 어떻게 KT의 미래 성장에 활용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윤영, 토목공학 박사 출신 초고속 인터넷 구축 기여
3일 KT에 따르면 차기 대표 후보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렌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메스총괄(사장)로 총 4인이다.
박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에서 토목공학 학사를 받고, 이후 동대학원에서 토목공학 석사·박사를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토목학회에서 초청 강연을 할 정도로 관련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1992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케이블 지붕 구조물의 초기형상 결정 및 동적 해석'을 작성했다. 이 논문은 케이블 지붕구조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1992년은 박 전 사장이 KT(당시 한국통신)에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입사한 해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되던 시기인 만큼 박 전 사장의 토목공학적 지식은 KT가 초고속 인터넷 1위 사업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 초고속 인터넷을 위한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선 효율적인 토목 설계가 필수적이다.
박 전 사장은 과거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 IPTV '메가TV' 등을 출시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KT에서 손꼽히는 B2B(기업간거래)사업 전문가로 성장했다.
특히 박 전 사장은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B2B 사업 브랜드인 'KT엔터프라이즈'를 출범시키는 등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KT가 힘을 쏟고있는 B2B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수정, 서비스 로봇 시대 연 '기계설계학' 박사
신수정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계설계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8년 '3차원 유한요소 기법을 이용한 고무-금속 복합문제의 해석'이란 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은 판재성형법 대비 비용이 적게 들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고무패드성형법을 효과적으로 설계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 부사장은 삼성SDS, SK C&C, SK인포섹(현 SK쉴더스) 등을 거친 IT전문가로 KT에서 디지털 전환 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신 부사장은 기계학 전문가답게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맡아 KT에서 공을 들이는 로봇 사업을 주도했다. 최근 KT는 호텔과 식당 등에 서비스 로봇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윤경림, 신사업 전문가로 활약한 경영학 박사
윤경림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과 석사, 1997년 카이스트에서 '네트워크 산업에서의 상호접속요금에 관한 게임이론적 분석'이란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산업·기업 간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된 상황에서 관련 규제와 연결 가격 책정 문제를 다뤘다. 그는 1995년 '국제통신에서 사업자 간 정산수익분할에 대한 갈등과 비효율성'이라는 논문도 작성한 바 있다.
최근 빅테크(대형 플랫폼 기업)와 통신사 간 망중립성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현안에 대응할 최적의 전문가로 꼽힌다.
윤 사장은 LG데이콤으로 입사해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시절부터 국내에서 손꼽히는 통신분야 전략과 과금 전문가로 고속 승진했다. 이후 여러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아 신사업 전문가로 성장했다.
KT에선 신사업본부장, 미디어본부장, 서비스개발실장 등 통신산업의 신규사업 발굴 및 미디어 등 융합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CJ로 자리를 옮겨 그룹 전략기획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현대자동차 부사장 시절에는 오픈이노베이션전략을 담당했다.
2021년 9월 구현모 대표가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구원투수로 윤 사장을 KT로 다시 호출했다.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설된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총괄했다. 현대차와 지분교환을 통한 모빌리티 사업 강화, CJ ENM과의 협력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KT OTT '시즌'의 합병 등을 이끌었다.
◇임헌문, 실무·이론 겸비한 마케팅 전문가
임헌문 전 사장은 1960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8년 '채널 간의 전자적 연결이 도로에 미치는 연구'라는 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은 인터넷 성장에 힘입어 나타난 온라인 쇼핑몰로 인해 유통 시장이 급변할 것이란 전망을 담았다.
임 전 사장은 KT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대다수 커리어를 마케팅 부서에서 쌓았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로도 재직해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이동통신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소비자(커스터머)부문뿐만 아니라 기업대상 영업경험도 풍부해 국내 통신분야 유통에 대한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의 대표 상품인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를 기획하고 상용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
한편, KT는 4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다음달 7일 최종 대표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