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오랜만에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을 꿰찼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방역 정책 등을 이유로 중국 대형 제조사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는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리얼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총출동하면서 신형 스마트폰을 대거 공개했다.
◇ 中스마트폰, 신제품 대거 공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하는 MWC가 27일(현지 시각) 개막했다. 올해 행사 규모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200여 국가에서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전시장 인근 지하철 역사에는 샤오미가 MWC에서 공개하는 샤오미13 광고가 벽면을 가득채웠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전면 로타리에 대형 옥외 광고로 맞불을 놨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MWC 제1전시관은 '화웨이 전시장'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초대형 부스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화웨이 부스는 9000㎡(약 2722평) 규모로 MWC 역사상 가장 크다. 삼성전자의 부스(1745㎡)에 비해, 5배 이상 큰 셈이다. 사실상 총 7개의 주 전시관 중 1개 전시관을 화웨이가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MWC를 한창 준비할 때 만해도 화웨이의 부스가 삼성 보다 4배 큰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후 부스를 더 키우면서 차이가 5배 정도로 늘어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화웨이는 MWC에서 글로벌 시장 신제품 '메이트 50′ 시리즈를 비롯해 폴더블폰 '메이트 Xs-2′, 중저가 라인업 '노바' 시리즈 등 3개 스마트폰 라인업을 소개한다. 화웨이 워치 버즈, 워치 GT 사이버 등 액세서리 기기도 함께 선보인다.
메이트 50의 경우 세계 최초의 위성통신기능이 탑재됐으며, 120㎐ 주사율 디스플레이 등이 강점이다. 다만 미국 견제의 영향으로 5G가 지원되지 않으며, AP 또한 경쟁사보다 낮은 스냅드래곤8+ 1세대가 탑재됐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아너도 매직5와 매직5 프로를 공개한다.
오포는 파인드 N2 플립은 '갤럭시Z 플립4′보다 더 큰 커버 스크린과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테크노 팬텀 V 폴드는 강력한 카메라 기능이 강점이다.
샤오미는 폴더블폰 대신 일반 스마트폰인 샤오미13 시리즈로 갤럭시S23 시리즈에 맞불을 놓는다. 샤오미13 시리즈는 갤럭시S23과 대등한 성능에 독일 카메라 회사인 라이카와 제휴한 카메라 성능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군도 '갤럭시S23′ 시리즈를 의식한 듯 샤오미13, 샤오미13 프로, 샤오미13 라이트 등 세 가지로 구성했다.
모토로라는 MWC에서 모토로라 엣지40 프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8 젠2 칩셋과 최대 12GB 램, 46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MWC 기간에 행사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
리얼미는 MWC 2023 현장에서 리얼미 GT3와 리얼미 GT 네오 5(Realme GT Neo5)를 공개할 예정이다. 리얼미 GT 네오 5는 150W 충전 전력과 240W 충전 전력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150W 충전 전력을 지원하는 GT3 모델의 글로벌 시장 출시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리얼미는 공식 영상을 통해 중국 시장에 출시될 GT3의 4,600mAh 배터리 잔량이 0%일때, 단 9분 37초면 100%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 방전된 배터리를 단 80초 만에 2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4분이면 5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 글로벌 확장 시동거는 중국... 삼성, 갤럭시S23 방어
이번 중국 업체들의 MWC 참석은 최근 미·중 갈등 국면과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으로 미국 CES를 대신해, 유럽에서 열리는 MWC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지난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별 언팩으로 갤럭시S23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중국 업체들의 신제품이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그간 부품 수급 문제로 폴더블폰을 내수 시장에서만 판매해왔으나, 이번 MWC 2023을 계기로 판매처를 전 세계로 확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부스를 꾸려 MWC 2023에서 갤럭시S23 시리즈 알리기에 나선다.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23 시리즈의 강력한 하드웨어 기능·성능을 강조했다면, MWC 2023에선 갤럭시 생태계의 유용성을 소개함으로써 일반 이용자에서 기업(B2B) 이용자로 고객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보안 논란 등으로 수출에 차질을 겪는데도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시장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화웨이는 MWC 2023에서 '가이드(GUIDE) 2023′을 주제로 친환경·저전력 5G 장비를 대거 선보인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기업간거래(B2B) 미팅에 집중해 유럽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중국 기업의 본격적인 참전으로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한층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은 12억3000만대 내외로 전년과 비슷한 반면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1490만대(52%) 증가한 2270만대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