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중국의 굴기(堀起)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확장이 핵심 돌파구라는 진단이 나왔다. OLED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적용 분야를 확장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든 IT 기기의 OLED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년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에는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과 여준호 LG디스플레이 그룹장(상무), 박영호 KEIT PD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주요 디스플레이를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로 빠르게 전환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한국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OLED 시장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TV용 대형 OLED 기술은 한국이 중국에 4~6년 앞서 있으나, 스마트폰·노트북용 중소형 OLED에서는 중국과의 격차가 2년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특수 이후 가전과 IT 기기 수요 급감으로 디스플레이 패널의 업황은 악화하고 있다. 패널 수출 물량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투자 지표인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규모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소개한 모바일 디스플레이 폼팩터 변화도. /최지희 기자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을 두고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IT용 OLED를 미래 사업으로 꼽았다. 조 부사장은 "그동안 이미 발굴한 디스플레이 시장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보고, 절박한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며 "결국 새로운 시장을 열지 못하면 점유율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초격차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시장이 변하면서 집 안에서도 모든 공간에 디스플레이가 흩어져 있게 됐고, 어디를 가나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회사는 퍼스널라이즈(개인용) 모빌리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의 미래가 스마트폰, 태블릿, VR·AR 등 IT 기기의 '개인화'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부사장은 "회사는 아직까지 TV의 고급화에 앞서 IT용 디스플레이가 면적 대비 판가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IT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여태껏 OLED가 침투하지 못했던 IT 디스플레이 시장을 모두 OLED로 바꾸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여준호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한 투명 OLED를 통한 시장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여 그룹장은 "투명 디스플레이는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로, 전광판 광고와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다"며 "투명도를 45%를 높인 제품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며, 기존 55인치에 이어 올 연말에는 70인치 제품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투명 OLED가 적용된 케이크 쇼케이스에 가격 정보 및 제품 설명, 각종 그래픽이 떠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물량 공세를 벌이는 중국 업체들에 맞서 한국 업체들은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OLED 시장 점유율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강민수 수석은 "OLED는 한국 업체들의 가장 확실한 무기"라며 "업계 거대 고객인 애플이 스마트폰 이외에 태블릿과 노트북 모니터에도 OLED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패널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OLED는 면적이 커질수록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각 기기에 맞는 부가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중국 업체들의 추월을 따돌리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 정책과 인재 발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중국이 10.5세대 패널에 투자하면서 디스플레이 주도권이 중국에 많이 넘어갔다"며 "제조 기술에서는 한국이 우위에 있으나, 캐파(생산량)는 중국과 한국이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 연구개발이나 새로운 시장 창출에 머뭇거리면 결국 중국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업계가 OLED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이 잡아먹은 LCD와 한국이 잘하는 OLED 점유 비중은 2대 1″이라며 "OLED가 메인 디스플레이가 돼 한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