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여파로 게임업계의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일부 게임사는 기존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직원들을 전환배치 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동안 덩치를 불리며 직원들 연봉을 수천만원씩 올렸다가, 작년 4분기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수익성 확보와 고용 안정이 올해 게임업계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 사업 재편하고 기존 인력 구조조정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북미법인인 엔씨웨스트는 최근 비개발 직군 대상으로 전체 직원의 20%가량을 해고했다. 제프리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도 대표직을 사임했다. 앤더슨 CEO는 일렉트로닉아츠(EA), 파라마운트픽처스 등에서 일하다가 2021년 7월 엔씨웨스트에 합류했는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엔씨웨스트는 2012년 엔씨소프트가 설립한 해외 법인으로 길드워, 블레이드앤소울, 리니지2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엔씨웨스트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다.
엔씨소프트 본사 역시 2021년 출시한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매각한 뒤 지난 17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존에 유니버스의 개발·서비스를 담당하던 직원 70여명도 전환배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직원이 전환배치에 응하는 대신 사측에 먼저 이직 또는 퇴직 의사를 밝히면 최대 6개월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 지분도 전량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산하 기업인 메타버스월드의 직원 일부를 넷마블에프앤씨로 전환 배치했다. 사업 성과가 미진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작년 4분기 마케팅비, 인건비 등을 3분기 대비 큰 증가 없는 상태로 유지했는데 올해도 굉장히 타이트하게 비용을 관리해나갈 예정이다"라며 "4분기 수치 이상으로 증가하거나 크게 변동성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크래프톤도 오는 3월부터 조직장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 대해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는 과거보다 보수적인 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인건비는 작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2019~2020년 대비 훨씬 보수적으로 충원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지식재산권(IP) 기반 팬 플랫폼인 '마이 쿠키런' 사업을 종료하면서 직원 40여명의 거취를 논의하고 있다. 마이 쿠키런은 작년 4월 출시됐는데 6개월간 수익이 160여만원에 그쳤다. 마이 쿠키런 종료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해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해고가 아닌 인사 조정이다"라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에게 너무 급박하게 알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19 특수, 연봉 잔치·인력 확대… 결국 부메랑으로
국내 게임업체들이 사업을 재편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황을 누렸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도 증가한 것이다. 때문에 별도의 신작 발표 없이도 호실적을 기록했고 마케팅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인력도 급격하게 늘었다.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임직원 수가 2020년 12월 147명에서 2021년 3분기 615명, 작년 3분기 859명까지 급증했다. 게임업계들의 임직원 연봉도 팬데믹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 IT 업계에 연봉 인상 바람이 불면서 엔씨소프트는 전 직원 연봉을 1000만원 이상 인상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많아져 게임 이용 빈도가 줄어들었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겹치며 이 같은 행보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구조조정, 게임 서비스 종료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보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은 모두 주춤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순손실을 기록했다.
넥슨의 4분기 매출은 7783억원(811억엔), 영업이익은 1053억원(110억엔)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136% 하락한 761억원(79억엔)으로 집계됐다. 엔씨소프트는 4분기 매출 5479억원, 영업이익 474억원, 당기순손실 1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57% 줄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모두 환율 하락으로 인해 영업외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넷마블은 같은 기간 매출 6869억원, 영업손실 198억원, 당기순손실 4566억원을 기록했다.
중소 게임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위메이드, 컴투스, 데브시스터즈, 펄어비스 등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하락했다. 위메이드는 연간 기준 영업손실 805억원, 컴투스는 166억원, 데브시스터즈는 202억원에 달한다. 펄어비스는 적자를 면했으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1.4%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신작이 출시되지 않거나 개발이 늦어진 회사일 수록 아쉬운 성적을 냈다"며 "경쟁력 있는 신작을 출시해 흥행에 성공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