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록규 NHN클라우드 AI본부 컴퓨터비전 1팀장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NHN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NHN클라우드

서비스형 인공지능(AI), 이른바 'AIaaS(AI as a Servic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업자(CSP)들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달 초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한 데 이어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에도 챗GPT를 추가할 예정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이미 전체 매출의 35% 이상을 AIaaS 플랫폼에서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NHN클라우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5년부터 얼굴인식, 광학문자인식(OCR) 등 컴퓨터비전 영역에서 AI 기술을 고도화해온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도한 'AI바우처 지원사업'의 공급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및 의료기관에 AIaaS를 제공 중이다. NHN클라우드는 국내 1위, 세계 10위 규모로 구축 중인 광주광역시 국가 AI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일상 속 AI 서비스'를 확대,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포부다.

NHN클라우드 성장의 선봉에 선 건 AI본부다. AI본부는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인 AI '한돌' 개발을 이끌었던 NHN AI연구본부가 전신이다. 지난해 NHN클라우드 출범 당시 NHN에서 나와 적을 옮겼다. 이곳에 소속된 이록규 컴퓨터비전 1팀장을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NHN사옥에서 만났다. 1983년생인 이 팀장은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전자컴퓨터통신공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텔레칩스에서 4년을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한 뒤 한국오라클과 NHN엔터테인먼트를 거쳐 NHN클라우드에 안착했다.

이 팀장은 AIaaS가 각광받는 이유로 편의성과 경제성을 꼽았다. 그는 "AIaaS는 모든 기업이 AI를 개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 개념이다"라며 "기업이 업무에 AI를 내재화하는 데에는 높은 기술력과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가용 인력과 투입 자본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형태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AIaaS는 이런 제약을 없애 기업이 관련 역량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제공사인 CSP가 서비스 품질 유지 및 업데이트까지 책임져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팀장과의 일문일답.

이록규 NHN클라우드 AI본부 컴퓨터비전 1팀장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NHN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NHN클라우드

一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aaS 시장이 내년까지 116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NHN클라우드는 컴퓨터비전 기술에 초점을 맞춰 이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인데, 개발을 마친 서비스는 어떤 게 있나.

"정부의 AI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얼굴인식, OCR, AI 패션 등 3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얼굴인식 서비스는 얼굴 감지 및 분석, 비교, 신원 인증 등의 기능이 핵심이다. 현재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GKL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해 지난해 모바일여권 전문기업 로드시스템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으로 금융, 의료, 커머스 등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

OCR은 문자 영역 대상을 인식하고 영역별 문자를 추출하는 서비스다. 추후 NHN 금융 플랫폼인 '페이코(PAYCO)'에 적용해 이용자가 신용카드를 결제수단으로 등록할 때 활용할 예정이다.

AI 패션 서비스는 사용자가 이미지만으로 쉽고 빠르게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카메라 검색',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입은 모습을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보여주는 'AI 가상 피팅' 등의 기능을 갖췄다. 앞서 'NHN 패션고(NHN FASHION GO)'와 브랜디·하이버·마미에 등 국내외 쇼핑 전문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NHN클라우드는 이밖에도 포즈 추정, 시선 추적 등 다양한 AI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출원 중인 특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약 100건에 달한다. 모두 서비스로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一포즈 추정, 시선 추적 기술은 뭔가.

"포즈 추정은 이미지 또는 영상 속 사람이 취한 자세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AI가 화면에 보이지 않는 신체 관절의 위치 정보를 추론한다. 최근에는 3차원(D)으로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에 3D 추정 기술을 썼다.

시선 추적은 사람의 시선 방향을 쫓는 기술이다. 눈을 깜빡여 클릭을 하거나 시선을 움직여 화면을 스크롤링하는 등 기기 화면을 조작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선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사용자의 관심도를 유추하는 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격 교육 환경에 대입하면 이해가 쉽다. 학생들이 수업을 얼마나 집중해서 듣는지 평가하는 척도로 쓰는 것이다. 졸음 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이 기술을 경보 시스템에 접목한 기업도 있다.

NHN클라우드는 이 두 기술을 음성 합성 기술과 결합해 가상 인간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음소 단위별로 음성을 합성해 실제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운 음성을 제공하는 음성 합성 기술을 이미 서비스로 출시했다. 가상 인간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가상 선생님, 가상 아나운서 등 활용처를 염두에 두고 있다."

一AIaaS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은 무한한데, NHN클라우드는 왜 컴퓨터비전을 택했나.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컴퓨터비전 기술이 이미 빛을 발하고 있지만 업계를 선도하거나 독점하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기회를 봤다. 더욱이 AI본부는 NHN AI연구본부 시절부터 서비스형 기술에 방점을 찍어온 곳이다.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개발이라면 자신있다는 뜻이다. NHN클라우드에 합류한 뒤로 클라우드 개발 조직과 힘을 합쳐 속도감 있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OCR 서비스의 경우 올해 약 3개월 간격으로 신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런 프로세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一자신만만하다.

"물론 NHN클라우드가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자평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컴퓨터비전 기술 경쟁력이 높고, 아직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한 기업이 많지 않아 꾸준히 양질의 서비스를 개발하면 빅테크 기업들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