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뒤늦은 반성문을 내놨다. 해킹으로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 된 지 석 달 만에 공식 사과한 것이다. 향후 고객 개인정보 유출 피해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유플러스는 16일 서울 용산구 본사 사옥에서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디도스(DDoS) 공격에 대해 황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설명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황 대표는 이날 "정보유출과 인터넷 서비스 오류로 불편을 겪은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는 중대한 사안으로, 모든 사업의 출발점은 고객이라는 점을 되새겨 고객 관점에서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현재까지 추가로 파악된 유출 정보는 없다. 정부와 관계기관에서 많은 질책과 개선안 마련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고객에게 인정받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직접 뒤늦게 사과에 나선 것은 LG유플러스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최소 세 차례 이상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지만, 첫 대응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일 해킹 사고를 인지했는데 해커가 공격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해 사고 대응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이후 신고가 이뤄지고 소비자에게 고지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민감한 정보가 노출된 고객들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긴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LG유플러스 고객 정보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해커 조직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개인정보 판매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커 조직은 LG유플러스의 서버를 지난해 11월에 해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번 사고가 LG유플러스가 사용하는 화웨이 장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화웨이 장비 이슈는 이번에 발생한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 화웨이 이슈와 관련해선 별도로 최고 수준의 글로벌 보안 관련 업체들로부터 점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른 고객 이탈 가능성은 물론 고객들의 집단소송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가입자들의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신용카드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사 결과 유출된 정보가 민감 정보일 경우 고객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신속하게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학계, 법조계, 비정부기구(NGO) 등과 함께 피해지원협의체를 구성해 고객별 유형을 고려한 '종합 피해지원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피해 보상안은 추후 마련해 공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KT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에서는 피해 고객 3만명이 KT를 상대로 15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기술 문제로 고의성이 없다"면서 KT의 손을 들어줬다. 17건의 소송 중 16건이 모두 KT 승소로 결론 났고, 현재 항소심 1건이 남아있다. 만약 LG유플러스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들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관건은 행정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이란 행정 관청의 처분에 의해 권리를 침해받은 개인이나 조직이 그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이다. 과거 KT도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승소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 LG유플러스 (관련) 단체 소송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고객들이) 민사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결과가 먼저 나올 행정기관의 행정소송 승소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보 유출 조사 경험이 많기 때문에 면밀히 조사해 합리적인 처분을 할 것이고, 피해자들의 위자료도 자연스럽게 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사고 조사 결과 등에 따라 행정기관(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 LG유플러스에 과징금을 처분하고, LG유플러스는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행정기관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한다면 피해 고객들의 민사 소송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LG유플러스는 피해 고객들에게 상당한 보상액을 마련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관련 사고를 조사하고 있다. 과기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3~4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정부 기관과 함께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있는데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인 만큼 향후 관계 기관들과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