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뉴스1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협력사들이 반도체 시장 수요 급감에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4분기 잇달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디자인하우스(파운드리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비(非)모바일 분야 고객 기반을 늘려온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대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로 꼽히는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4분기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04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이디테크놀로지와 함께 대표적인 삼성 파운드리의 디자인하우스 파트너로 꼽히는 코아시아 역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아시아는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적자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코아시아는 누적 영업손실 16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1년 사이에 50배 가량 늘어났다.

◇TSMC가 530개 고객사 관리하는 비결은 디자인하우스

디자인하우스란 반도체 칩 설계전문 회사인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주로 팹리스가 개발한 반도체 설계 도면을 양산용 도면으로 재설계하고, 실제 양산에 필요한 검증 및 테스트 과정을 대신 수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디자인하우스의 활동 영역도 넓어졌고, 팹리스를 대신해 직접 칩을 설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는 전 세계적으로 530여개의 고객사들을 광범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저력도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다. 통상 반도체 설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기업이 팹리스와 직접 소통해 반도체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파운드리가 수많은 팹리스의 요구사항을 일일이 처리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TSMC는 디자인하우스 생태계를 강화해 고객사들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왔다. TSMC는 회사의 전체 매출에 크게 기여하는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들을 직접 관리하는 한편 그 외 다양한 팹리스 고객사들의 경우 최적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디자인하우스를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의 고객사 80~90%를 디자인하우스가 직접 관리하거나 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진영 디자인하우스는 실적 악화에 몸살

이 같은 추세에 삼성전자 역시 10여년 전부터 국내 디자인하우스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오고 있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조성한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에는 9개의 디자인하우스가 소속돼 있으며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은 에이디테크놀로지와 코아시아, 세미파이브 등이다. 이들 기업은 각국 팹리스들을 고객사로 끌어들여 삼성 파운드리의 공정을 더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디자인하우스 협력사. /삼성전자

디자인하우스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공정을 사용하는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년 말 기준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는 100여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고객사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 파운드리가 모바일 시장 외에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하우스들의 사업 확장이 필요한 시점인데, 실적 악화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TSMC 최대 디자인하우스인 GUC와 알칩(Alchip)은 지난해 각각 9260억원, 58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올해 1조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1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올해는 각각 1700억원, 1500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