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넷플릭스 튀르키예 계정에 가입했다. 그동안 월 5000원을 내고 다른 사람의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 받아 사용했는데,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단속할 경우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튀르키예 계정으로 가입하면 월 9000원이면 계정을 공유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다”라며 “단속으로 계정이 차단되면 새로운 계정으로 다시 가입하면 된다”라고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 예고에 해외 계정을 이용한 우회 접속 꼼수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 계정 우회 접속은 국내 이용자가 VPN을 이용해 거주 지역을 해외로 설정, 해외 계정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렴한 금액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약관 위반에 해당해 언제든지 차단될 수 있다.
14일 OTT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 계정을 활용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우회 접속하는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넷플릭스 튀르키예 계정 가입 쉽게 따라 하기’ ‘넷플릭스 해외 계정 우회 가입 및 결제하는 법’ 등 해외 계정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개인 블로그와 클리앙, 보배드림,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해외 계정을 이용하는 배경에는 이용료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 대부분은 그동안 지인 계정을 무료로 사용하거나, 월 5000원 정도를 내고 다른 사람의 계정을 구입해 사용했다. 월 1만7000원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최대 4명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1명이 월 4250원만 내면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차단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계정을 공유해 사용하는 방법이 사실상 금지됐다. 이에 계정을 공유하지 않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외 계정 우회 접속으로 이용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넷플릭스에 가입할 경우 월 1만7000원(4인 기준 프리미엄 요금)을 내야 하지만, 튀르키예 계정으로 우회 접속할 경우 동일한 서비스를 절반 수준인 130.99리라(약 888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국가마다 가격 차이를 보이는 건 넷플릭스가 국가별 물가와 수익 구조, 시장 전략 등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프리미엄 요금 기준으로 미국(19.99달러·약 2만5500원)과 프랑스(17.99유로·약 2만4500원), 영국(15.99유로·약 2만1800원)은 한국보다 비싸지만 르완다(11.99달러·약 1만5300원), 헝가리(4490헝가리달러·약 1만5100원) 등은 저렴하다. 튀르키예의 경우 경제 불안으로 리라화(TRY)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초에는 프리미엄 요금 가격이 50리라(약 3400원)까지 떨어졌다.
해외 계정 우회 접속은 이미 만연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는 국내에서 팔지 않는 ‘넷플릭스 기프트카드’를 판매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할인된 금액으로 기프트카드를 구입할 경우 튀르키예 계정을 월 4000~5000원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프트카드 판매자는 “튀르키예 계정을 신규로 생성하면 한 달 정도 컨트리락(국가 잠금장치) 때문에 VPN을 통한 접속만 가능하다”라며 “한 달이 지나면 VPN 없이 저렴하게 튀르키예 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해외 계정을 이용한 우회 접속을 금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각 지역의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고려해 해외 계정을 이용한 접속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공지했다. 위반 사례를 적발할 경우 계정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에는 해외 계정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계정에 대한 차단 조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정 공유 차단에 나선 만큼 해외 계정을 이용한 우회 접속 단속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VPN 등을 활용한 비정상적인 방법의 사용은 약관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라며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