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택시 콜(호출)을 몰아줬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가 일반 호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악용해 가맹택시를 우대했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 배경에는 95%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앞세운 '독점의 굴레'가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 1월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iOS+안드로이드)는 1169만2312명으로 시장점유율은 94.8%로 집계됐다. 이는 우티(44만7844명), 아이엠(9만8260명), 타다(9만3385명) 등 경쟁 3사의 이용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18배 많은 숫자다.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차량은 지난 2019년 12월 510여대에서 지난해 8월 3만3100여대로 늘었다. 2년여 만에 가맹택시 수가 64배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급감하면서 전국 법인택시 면허 수가 매년 1000개씩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카카오는 막대한 자본과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가맹택시 사업과 일반 호출 시장을 모두 잠식했다.

그래픽=손민균

공정위는 카카오가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2019년 3월부터 가맹택시에게 일반 호출을 우선 배차하는 방법으로 콜을 몰아준 것으로 판단했다. 수익성이 낮은 1㎞ 미만 단거리 배차는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을 은밀히 시행해 가맹택시에게 수익성이 높은 콜을 몰아줬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카카오는 가맹택시 수를 늘리기 위해 카카오T 앱 일반 호출에서 가맹택시를 우선적으로 배차했다. 택시가 승객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픽업 시간(ETA)이 가까운 택시에게 배차하는 로직을 운영하면서도 가맹택시가 일정 픽업 시간 내에 있을 경우 더 가까운 비가맹택시보다 우선적으로 배차했다.

카카오가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 배경에는 사업 확장이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일반 호출 대신 가맹택시 수를 늘려야 수수료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다. 공정위가 공개한 임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에서도 "너무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형태가 되면 말이 나올 수 있다" 등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 정황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래픽=이은현

카카오는 콜 수락률(콜을 수락한 비율)이 높은 가맹택시에 비가맹택시보다 더 많은 배차를 받을 수 있도록 수락률이 40%(또는 50%) 이상인 택시에 우선적으로 배차했다. 수락률은 비가맹택시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되면서 가맹택시의 평균 수락률은 70~80%인 반면 비가맹택시는 10% 정도에 불과했다. 카카오는 구조상 두 그룹 간 수락률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수락률이 높은 가맹택시에 배차가 떨어지도록 했다.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 행위는 결국 가맹택시 수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경쟁사의 가맹택시 수는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더 큰 문제는 택시가맹 서비스의 다양성이 감소되면서 가맹료 인상, 호출료 인상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가 사라진 독점의 굴레 폐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은밀히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건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의미"라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카카오에 배신감을 느낀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카카오의 택시 사업과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