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소셜 애플리케이션(앱) 본디(bondee)의 시작 화면. /본디 앱 캡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사이에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싱가포르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출시한 소셜 애플리케이션(앱) ‘본디(bondee)’가 있다. ‘찐친(진짜 친구)’ 50명끼리만 사용할 수 있다는 폐쇄성을 앞세워 메타버스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클럽하우스처럼 짧은 유행에 그칠지 주목된다.

본디는 13일 기준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만1489명, 이달 4일 기준 일간활성이용자(DAU)는 4만6716명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 후 불과 3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서 메타버스 관련 검색 양이 지난해 2월 100에서 이달 초 18로 급락한 추세와 대조된다.

‘메타버스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본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밀레니얼 세대 이용자들은 첫번째 이유를 익숙함에서 찾는다. 한 40대 이용자는 본디를 ‘3차원(3D) 싸이월드’로 요약했다. 이용자가 원하는대로 아바타와 방을 꾸미고, ‘친구’가 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이 이 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처럼 방의 배경음악을 설정할 수도 있고, 친구의 방에 들려 방명록을 남길 수도 있다. 다만 본디는 ‘액자’ 기능을 더하며 고유의 색을 더했다. 이용자가 사진첩에 보유하고 있는 사진을 직접 방에 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명록을 남기는 방식도 싸이월드와 조금 다르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페이지)이 아닌, 방 위에 ‘메모’를 붙이면 된다.

Z세대 이용자들은 본디의 이런 레트로한 매력과 함께 ‘생동감’을 흥미 요인으로 꼽는다. 본디는 카카오톡처럼 텍스트에 기반을 두는데, 기존 메신저 앱과 달리 메시지 창이 ‘움직인다’는 점이 색다르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용자들은 본디의 메시지 창에서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눌 수도, 서서 춤을 출 수도,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한 20대 초반 이용자는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취할 수 있는 아바타가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많지만, ‘친구와 정말로 대화한다’는 느낌을 준 건 본디가 처음이다”라며 “게임처럼 생긴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움직이지 않아도 돼 부담감이 적다”고 했다.

(왼쪽) 본디 이용자가 꾸민 아바타와 방. (오른쪽) 본디 이용자들이 메시지 창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본디 앱 캡처

이용자들이 짧은 메모, 또는 사진과 함께 아바타로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 홈 화면은 진화된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연상시킨다. 자신의 아바타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아바타가 모두 모여있는 곳에서 이용자들은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 30대 이용자는 “어찌 보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와도 비슷하다”며 “누가 내 상태를 볼 수 있는지도 정할 수 있다. 내가 올린 사진에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달아도, 서로 친구가 아닌 사람들끼리는 댓글을 볼 수 없다. 확실히 다른 앱보다 ‘우리끼리’라는 의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하는 본디의 폐쇄성은 친구를 최대 50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여느 소셜미디어와 달리 광고도 없다. 관련업계에서는 무차별적인 광고와 친구라고 부르기엔 어색한 지인도 함께 쓰는 개방성에 지친 MZ세대에게 본디의 ‘쉼터’ 컨셉트가 통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본디는 폐쇄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확장성을 온전히 배제하고 있지도 않다. 낯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플로팅’ 기능이 그 예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배에 태워 항해하는 이 기능을 통해 친구 외 이용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본디는 여기에 ‘운이 좋으면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을 걸어 게임 요소도 더했다. 한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플로팅 기능은 타 소셜미디어 대비 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며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피로감을 느끼는 MZ세대 가운데 명상 등의 수요가 느는 것을 잘 활용한, 똑똑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본디의 '플로팅' 기능. /본디 앱 캡처

물론 한계도 있다. 메신저로 쓰기엔 카카오톡보다 불편한 점이 많고,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을 드러내기에는 기능이 한정적이다. 사진 공유 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이퍼링크 연동이 잘 안된다는 점도 약점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이용자가 할 수 있는 경험도 플로팅 기능 외에는 부족하다. 친구들과 모여 노는 아지트 같은 공간에 광고를 붙일 순 없으니 유료 아이템 판매 외에는 뚜렷한 수익화 모델도 없다. 과금을 시작하는 데에 충분한 이용자를 모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MZ세대는 수용이 빠른 만큼 흥미도 빠르게 잃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디의 가능성을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메타버스 플랫폼 업계의 시각이다. 본디는 이용자층을 20~40대까지 넓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대표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 제페토 모두 주 이용자층이 10대인 상황에서 유력한 대항마 후보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메타는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월드 이용자 연령대를 18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반발하며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본디는 아바타로 표시할 수 있는 상태에 ‘공부 중’뿐 아니라 ‘업무 중’ ‘커피 수혈 중’ 등을 넣어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이용자층을 보유하고 있다”며 “본디는 ‘어른들’까지 메타버스에 친숙하게 만들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속도감 있는 업데이트로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지금의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면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