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누구도 실패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대에 일을 잘 배울 수 있는 조직에서 기반을 닦으면서 사업 경험과 아이템을 정립, 30대에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게 좋다. 40대 이후에는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지는 만큼 창업에 도전하는 건 더 어려워진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디어와 사람 그리고 투자 유치다. 아이디어와 사람은 온전히 창업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공동 창업이 많은 건 아이디어를 고도화할 수 있는 동시에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창업자 간 불화가 오히려 사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투자 유치는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업자가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사업화는 불가능하다. 투자 유치를 ‘중간고사’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송한경 투썬캠퍼스 센터장은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1세대 민간 액셀러레이터다. 그가 속한 투썬캠퍼스는 정부 기관 산하 진흥원과 대학교가 주로 하는 스타트업 보육 업무를 대행하는 민간 기업이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서울창업허브성수에서 만난 송 센터장은 “투썬캠퍼스는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기부 창업사업 주관기관에 선정됐다”라며 “사무공간과 창업 자금을 넘어 멘토링, 네트워킹 등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했다.

송 센터장은 “그동안은 대학교나 진흥원이 이런 사업을 주로 했는데, 지난 2012년 옴니텔이 민간 기업 중 처음으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2016년 투썬캠퍼스로 지원 사업이 옮겨오면서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확대했다”라고 했다.

투썬캠퍼스가 지난 2012년(옴니텔 포함)부터 보육한 스타트업은 657개, 누적 투자 유치금은 5200억원에 달한다. 송 센터장은 “지난 2013년 지원한 45개 팀을 예로 들 경우 현재까지 사업을 진행하는 팀은 18개로 40%에 달한다”라며 “이 가운데는 잘 알려진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과 데이팅 앱 글램이 있다”라고 했다.

투썬캠퍼스 액설러레이팅 프로그램 소개. /투썬캠퍼스 제공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본 송 센터장이 초기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명확한 사업 계획’이다. 그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이런 거, 저런 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많이 묻는다”라며 “막연하게 투자 받아서 사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누구에게 아이템을 판매할 것이고, 기존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한 사업 계획이 먼저 있어야 도울 수 있다”라고 했다. 창업자 스스로도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방향과 목표를 다듬을 수 있다는 게 송 센터장의 설명이다.

송 센터장은 지난 10여년간 스타트업들이 50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하는 걸 곁에서 지켜봤지만 대부분이 한두 차례 정부 지원을 받는 데만 만족하고, 이후 외부와의 소통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결국 스타트업은 시장이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판매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자리다”라며 “많은 스타트업이 네트워킹을 어려워하는데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마케터를 대신 전면에 내세워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송 센터장은 “특정 대기업 출신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재무책임자(CFO), 인사 담당자, 마케터, 홍보, 디자이너로 팀을 구성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큰 지출이 인건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창업자가 모든 분야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든 시장 환경에 대해 그는 “지난해 하반기 투자 시장은 상반기 대비 20~30% 줄었고,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투자 환경이 가능성을 보고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고,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보는 추세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송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한국 시장이 작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중요한 평가 잣대로 보는 경향이 많다”라며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서비스를 최대한 가볍게 시작해 시장의 평가를 받고, 이후 다양한 정부 지원을 노려 해외 시장을 두드려보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려는 직장인들에게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을 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센터장은 “스타트업은 소규모로 일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느냐가 근무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사업 아이템은 시장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사람을 보고 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송 센터장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충분히 쌓을 것을 거듭 추천했다. 충분한 경험을 쌓은 상태에서 스타트업에 뛰어들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에서는 업무별 체계화된 시스템을 배울 수 없어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라며 “학생 창업으로 성공하는 사례도 분명히 있지만, 10년 정도 사회 경험을 쌓은 후 30대 초중반 나이에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라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며 “실패해도 도전하는 연쇄창업자 만큼 실력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했다. 송 센터장은 “누군가는 연쇄창업자를 투자금만 받고 도망치는 먹튀(먹고 튀기)라고 비판하지만, 수차례의 실패에도 또다시 누군가에게 투자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하나의 아이템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업 방식은 끝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