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가 위기에 봉착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점차 해제되고 사업자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반대에도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단속을 본격화한 가운데 OTT 사업을 확장해 온 월트디즈니도 관련 사업 축소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업계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OTT 업계에 따르면 시장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디즈니,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은 생존을 위해 사업을 개편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가 후발주자로서 고전하고 있는 디즈니는 본래 2024년까지 사들이기로 했던 훌루 지분을 인수하지 않는 방향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훌루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21세기 폭스), 컴태스트, 타임워너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스트리밍 회사다.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와 함께 디즈니가 확보한 3종 OTT 서비스 중 하나이며 현재는 디즈니가 최대 주주다.
디즈니는 최근 자사 3종 OTT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에서 이들 서비스를 모두 사용 가능한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컴캐스트가 가진 훌루의 지분 33%를 디즈니가 2024년까지 모두 인수하는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상태다. 훌루는 디즈니가 가족용 콘텐츠 중심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성인용 콘텐츠까지 제공하며 OTT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디즈니에 복귀한 로버트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려 중이다”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훌루가 성공적인 플랫폼이지만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디즈니플러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1억6180만명에 머무르며 전 분기 대비 240만명이 줄었다. 디즈니플러스가 2019년 출시된 이후로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등 주요 국가에서 주력 콘텐츠의 인기가 줄어들고 북미 지역 구독료가 인상하면서 이용자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지난해 11월 경영진에 복귀한 아이거 CEO도 수익성 제고 등을 위해 그간 공들여 확대했던 OTT 사업 관련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 역시 경기 침체 여파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던 계정 공유를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적용했으며 지난 8일부터 이를 캐나다, 뉴질랜드 등 국가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넷플릭스 이용자는 4명의 인원을 모으면 월 1만7000원의 프리미엄 멤버십을 통해 각자 월 약 4000원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원칙적으로 넷플릭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한 가구 내 함께 살고 있는 가적 간 계정 공유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거 가족이 아닌 다수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넷플릭스 4인 팟(계정을 함께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어 플랫폼에 유입되면서 회사는 이를 그간 방치, 사실상 독려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 수가 급감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자 회사는 4분기 실적 발표 후 주주 서한에서 “1분기 말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무료 계정공유를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또 회사는 지난해 12월 북미 지역에서 광고형 요금제까지 개시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과거 “넷플릭스에 절대 광고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까지 뒤집고 위기를 타개하고자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해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20만명, 2분기에는 97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수 감소를 겪으며 창사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었다. 이후 3분기와 4분기 가입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성장이 정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야외활동 재개와 경쟁 심화, 거시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해 당분간 글로벌 OTT 시장 하락세가 예상되는 만큼 주요 업체가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OTT 시장에서 더 이상 수익을 사업자가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보니 기존에 업체가 가장 잘해오던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고, 핵심 전력을 재정비하고 플랫폼 전략을 아예 바꾸는 등 기업이 수익성을 되찾고자 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