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구미사업장의 모습. (LG이노텍 제공) /뉴스1

LG이노텍(011070)이 사상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034220)의 연간 매출액을 넘어서면서 올해 LG그룹 최대의 전자 부품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9조원 수준에서 불과 3년 만에 매출액 규모가 22조~23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매출액 전망치는 올해 20조원 초반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그룹 내 최대 부품사 자리를 LG이노텍에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8일 주요 증권사들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살펴보면 LG이노텍이 최대 23조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LG이노텍의 매출액은 2020년 9조원에서 2021년 14조원, 지난해에는 19조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수년전만해도 LG디스플레이 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던 사업 규모가 급성장한 것이다.

◇ LG이노텍, 순풍에 돛달아 승승장구

LG이노텍의 카메라·3D센싱모듈 등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사업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고, 반도체 기판 등을 공급하는 기판소재사업과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을 판매하는 전장부품사업이 매출 확대를 뒷받침했다. 광학솔루션사업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5조63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애플 신모델에 대한 부품 공급이 본격화하며 스마트폰용 멀티플 카메라모듈, 3D센싱모듈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여기에 자동차용 전장부품 사업도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장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42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1% 늘어났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글로벌 수요 침체에 따른 재고부담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인한 재무부담 등이 여전히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자율휴직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중소형 정보기술(IT) 기기의 OLED 패널 채택이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대만 등의 경쟁자를 빠른 시간 내에 제치고 대형 고객사들의 수주를 따낼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붙어있다.

지난해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2022년 LG 어워즈'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프라인 수상자와 온라인 화상 플랫폼으로 참석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LG 제공

◇ '인화(人和)' 대신 과감한 승부수 택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계기로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력의 차이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LCD, LG이노텍에겐 LED가 '앓던 이'였는데, 해당 사업을 어떻게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새로 정립했는지에 대한 경영전략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LCD 사업을 정리하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 최고경영자(CEO)인 한상범 전 부회장 시절부터 LCD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공세에 이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고, 전사적으로 사업 체질을 OLED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얘기다.

반면 LG이노텍의 경우 부진한 LED 사업을 정철동 CEO 체제에서 단숨에 정리하면서 다른 사업에 경쟁력을 집중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LG이노텍은 지난 2020년 11년 넘게 적자 상태였던 LED 사업부문을 정리해 누적영업적자를 9000억원 수준에서 끊어냈다. 수익성이 없는 조명용 LED 대신 차세대 사업인 전장부품으로 시선을 옮겼고, 주요 인력 역시 재교육 및 전환 배치하는 데 성공하며 구조조정의 진통도 최소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최근 몇 년간 보여온 행보는 LG그룹의 기업 문화로 자리매김해온 인화보다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철저한 실리를 중시하는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다"며 "LG그룹 특유의 문화가 LG디스플레이가 LCD를 과감하게 쳐내는 데 발목을 잡았다면 LG이노텍의 과감한 승부수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게 만든 발판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