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OLED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스마트폰용 패널을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지난해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선두에 오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지식재산권(IP)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시장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회사의 핵심 기술 보호가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3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말 삼성디스플레이가 회사의 특허 침해 제품을 활용해 온 미국 부품 도매업체 17곳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 ‘다이아몬드 픽셀’(픽셀을 둥근 형태로 만든 후 다이아몬드 구조로 배치한 화질 개선 기술) 등을 침해한 출처 불명의 패널을 사설 수리업체에 납품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업체들이 앞으로 불법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지난해 12월 말 ITC에 제기했다.

업계는 회사의 핵심 기술을 침해한 정체불명의 패널 제조 업체를 두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취한 대응 방식에 주목했다. 불법 제조업체를 특정해 제소하는 통상적인 방식 대신 우회적으로 납품처를 제소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택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이 불법 활용되는 상황을 두고만 보면 순식간에 고유 기술력을 뺏기기 십상이다”라며 “이런 경우 회사가 직접 불법 제조 업체를 특정하기 위해 시간을 끌기보다 우선 불법 유통 상황을 막고 조사 결과에 따라 제조업체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는 게 더 큰 피해를 막는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특허 침해 업체의 정체는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중국 업체가 불법 패널을 만들어 수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핵심 특허 기술 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2년 연속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할 만큼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내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특허 침해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다양한 대응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정당한 기술을 사용하고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 ITC 제소 등의 행동을 취하면서 특허 자산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인 폴딩과 슬라이딩이 모두 가능한 '플렉스 하이브리드'.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최 부사장은 지난해 1월 2021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지식재산권을 강조했다. 당시 최 부사장은 “(중소형) OLED는 당사가 처음 양산에 성공해 개척한 시장으로, 수십년간의 투자와 연구개발과 양산 과정을 통해 수많은 특허와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며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별화 기술을 보호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OLED 기술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임직원 노력으로 쌓아 올린 지식재산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방법을 다각적이고 심도 있게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1년 만에 ITC 제소를 통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 침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건 기술 격차를 확보하는 게 회사 경쟁력 유지에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업체들보다 5년 이상 빠르게 중소형 OLED 생산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모바일용 OLED를 만들어 온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TV 등 전방 수요 부진에도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특히 삼성전자의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전담했고, 아이폰14 프로 모델에도 상대적으로 판가가 높은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패널을 대량 공급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예상되는 시장 침체도 기술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부사장은 “스마트폰 OLED에서는 적기 개발, 타임 투 마켓(시장화 속도)이 중요한 경쟁 요인인데, 삼성디스플레이는 10년 이상 대량 생산 경험의 경쟁 우위를 갖춰 경쟁사보다 빠르게 우월한 제품을 지속 출시해왔다”며 “앞으로도 UDC(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 얇은 베젤, 저소비전력 등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기술을 조기 출시해 시장 상황에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