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CAPEX)를 전년보다 50% 줄이고 원가절감을 비롯한 공정 최적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강화에 전사적 노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재로서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1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의 팹(Fab·반도체공장) 규모와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를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며 "현재로는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대책이 있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본 투자 계획의 근간이 되는 건 시장 상황의 변화"라며 "현재로는 변화가 없어서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투자계획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우시 등 최대 D램 생산거점에서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도 축소했으며 올해부터는 낸드플래시 웨이퍼 생산량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김우현 부사장은 "큰 규모의 투자 축소로도 볼 수 있지만, DDR5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을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우현 부사장은 최대 매출처인 서버용 D램과 관련 "투자 축소로 향후 공급 여력도 줄어들어 올해 중 재고 정상화가 이뤄지고 내년부터는 예상을 뛰어 넘는 '업턴'도 기대된다"며 "사실상 (서버용 D램) DDR5의 업계 재고는 없다고 봐야 하며 이제 재고 빌드(축적)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이어 "올해는 투자 축소로 이들 제품의 확대가 크지는 않겠으나 1b 등 신제품 등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며 "재고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최첨단 공정에서의 생산성 강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현재 (일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적용된) EUV 장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해 업계 최고 수준의 EUV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1a나노미터에선 원가절감 효과가 가장 큰 공정 1개에 대해 EUV를 적용하고 있다"며 "공정 스텝 수를 줄이고 양산과 수율 안정을 통해 EUV를 적용하지 않는 기존 테크 수준의 원가절감율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과 관련해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업계 전반 재고가 사상 최대 수준에 달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난 1분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치도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다만 1분기 이후 재고 수준이 점점 완화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개선을 기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수요는 작년 하반기 대비해서 어느정도 회복세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전체적으로 캐팩스(설비투자) 운용 부분과 제품 믹스의 효율적 운영을 만들어나간다면 하반기로 나가면서 재고부분은 저희와 고객 쪽 모두 건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