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해 4월 13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가 올해 임직원 성과급을 대폭 줄였다. 내부 반발이 심해지자 경영진은 2월 초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하는 사내 간담회 '컴패니언 데이'에서 보상 재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0일 네이버에 따르면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오는 2월 3일 오후 임직원을 대상으로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성과급 축소에 대한 설명에 나서기로 했다.

사내독립기업(CIC)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네이버 임직원의 성과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광고 경기 침체로 성장이 둔화한 서치CIC의 성과급 낙폭은 최대 40%에 달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네이버지회는 이미 사측의 공식 설명을 요청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체 노조원에게 발송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측은 "성과급 비율은 조직과 개인별로 다르다"며 말을 아꼈다.

네이버는 수익 개선을 위해 임직원 성과급에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기업별 2022년 실적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85% 감소할 전망이다. 예상이 맞는다면 네이버는 올해 2017년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네이버는 2018년 9425억원, 2019년 1조1550억원, 2020년 1조2153억원, 2021년 1조3255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이 풍토병화) 전환 이후 광고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결과다. 네이버의 광고 사업 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3%에 달한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광고 업황 둔화로 네이버의 2022년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회복이 부진할 것"이라며 "검색 광고 매출은 방어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이달 초 미국 최대 C2C(개인 간 거래) 패션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큰 비용을 지출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포시마크가 보유한 가용 현금을 포함한 13억1000만달러(당시 약 1조6700억원)를 대금으로 지불했다. 더욱이 포시마크는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포시마크는 지난해 1~3분기 6044만달러(약 746억원)의 적자를 냈다. 포시마크의 실적은 이르면 올해 1분기부터 네이버 연결 실적에 반영된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 시기에 유럽 벤처캐피털(VC) 코렐리아캐피털 K-1 펀드에 7500만유로(당시 약 1000억원)를 추가 출자, 왈라팝 간접투자 지분율도 30%로 끌어올렸다. 왈라팝은 스페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지난 2021년 1억1500만유로(당시 약 1550억원)를 들여 지분 10%를 확보한 바 있다.

서승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장이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네이버의 이번 성과급 축소를 바라보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마음은 무겁다.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알파벳(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MS·1만명), IBM(3900명), SAP(2800명)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은 이미 지난주 감원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판교 IT 기업 노조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직원의 절반이 노조원인 '과반 노조'를 이룬 건 넥슨 자회사 네오플, 한글과컴퓨터, 카카오모빌리티의 민주노총 지회뿐이다. 최근 잦은 근무제 전환 등으로 내부 불만이 커진 카카오가 과반 노조 달성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노조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IT 기업은 여전히 적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