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클라우드 엑스포 아시아 2022'가 열린 가운데 관람객들이 네이버클라우드 부스 앞을 지나는 모습. /박수현 기자

네이버클라우드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 최대 규모 클라우드 전시회에서 데뷔한 데 이어 인텔과 현지 클라우드관리사업(MSP)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연초부터 싱가포르 통신사와 손잡고 이곳 통신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돕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양분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 톱3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17일 싱가포르 4대 통신사 중 한 곳인 스타허브(StarHub)와 동남아 지역 클라우드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통신 기술을 결합, 동남아 지역 통신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엣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저지연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엣지 클라우드 컴퓨팅은 중앙 서버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와 달리 센서·사용자 단말기 등 데이터가 발생하는 주변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네이버 신사옥 1784에 프라이빗(사설) 5G를 구축한 경험을 싱가포르 퍼블릭(공공) 5G에 접목할 것"이라며 "네이버클라우드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싱가포르 엣지 영역으로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스타허브의 파트너십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클라우드 시장의 전초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21년 56억달러(약 6조944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당시 싱가포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8억2000만달러로 50.35%를 차지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해외 클라우드 전시회 첫 데뷔전을 치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지역 최대 규모 클라우드 전시회인 '클라우드 엑스포 아시아'가 열리는 곳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전시 기간 인텔과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인텔이 이 지역에 투자한 기업과 힘을 합쳐 현지 MSP 파트너사를 찾고, 공동으로 서비스 개발 및 고도화에 나선다는 목표에서였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밖에 싱가포르스타트업협회(ACE), 싱가포르게임협회(SGGA)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현지 업체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판을 마련한 것이란 분석이다.

화웨이 인도네시아 법인 경영진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 시각) 자카르타에서 데이터센터 개소식을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화웨이

다만 동남아 클라우드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데다 미·중 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디지털 경제 전환 초입기인 동남아에는 유럽연합(약 4억4600만명)보다 더 많은 약 6억5000만명의 인구가 있어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지난해 동남아의 디지털 경제 성장률은 20%에 달했고, 이에 따른 클라우드 시장 수요는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기업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 데이터센터를 완공한 뒤, 30개 현지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는 앞으로 5년 내 인도네시아에 3억달러(약 3702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고, 10만명의 현지 엔지니어 양성과 500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2021년 필리핀에 데이터센터를 세운 데 이어 지난해 태국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미국 기업들도 잇따라 투자 확대 결정을 내리고 있다. AWS는 2021년부터 15년에 걸쳐 인도네시아에 50억달러(약 6조1700억원)를 더 투입할 방침이다. MS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세운다고 밝혔다. AWS와 MS의 동남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도합 70%가 넘는다.

쟁쟁한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꺼낸 카드는 '소버린 클라우드'다. 소버린 클라우드는 현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각국 정부 규정을 준수하는 클라우드를 의미한다. 자국 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할 것을 강제하는 규제를 적용, 권역 내 독자적 클라우드 구축을 요구하는 국가가 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GDPR),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연이어 통과시키며 디지털 주권 수호를 강조하고 있는 유럽이 대표적이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APAC(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대표는 지난달 자사 연례 콘퍼런스 네이버클라우드 서밋 2022에서 "네이버클라우드는 외산 클라우드 빅3(AWS·MS·구글 클라우드)가 국제 표준 정책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현지 법률 및 정책에 맞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라며 "이런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 3위권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