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부산공장의 클린룸에서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009150)LG이노텍(011070)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소비 침체의 한파를 정면으로 맞았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실적 부진에 이어 핵심 부품사들도 예상을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 1분기 역시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5일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9684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9%, 영업이익은 68% 줄었다. 수요 부진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비롯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 BGA(Ball Grid Array : 모바일용 패키지기판) 등 주요 제품의 공급이 축소됐다.

시장 불황에 따른 투자 축소도 불가피해졌다. 이날 열린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는 "올해 MLCC 등 전반적인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던 서버용 FC-BGA(플립칩 패키지기판) 관련 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설비투자가 하향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삼성전기는 최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스마트폰, PC, 서버 등 IT 제품 수요가 여전히 약세인 데다 주요 고객사들이 과잉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인 만큼 큰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기는 "IT 수요 회복은 아직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올해 사업 환경도 전반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대주였던 FC-BGA 사업도 전년만큼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이날 컨콜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는 서버, 데이터센터 등 시장 수요가 호조를 띄며 수익성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세트 수요 둔화 영향으로 매출, 이익 규모가 줄었다"며 "올해 역시 수요 불확실성으로 작년만큼 수익을 내긴 힘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의 대표 부품사격인 LG이노텍 역시 영업이익이 60% 줄어들었다.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승승장구해오던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조5477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매출 1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4% 줄었다.

LG이노텍 구미사업장의 모습.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은 이번 실적과 관련해 "4분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중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주요 공급망의 생산차질,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TV·PC·스마트폰 등 IT 수요 부진, 원달러 환율의 하락 등 여러 악재로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각각 올해 2분기,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시장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가 공장 가동률을 크게 낮출 정도로 수요가 부진했던 MLCC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컨콜에서 "연말 고객사들의 MLCC 재고 조정으로 기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1분기부터 MLCC 출하량은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사업 환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장, 서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가고 성장 시장 개척하는데 집중해 새로운 기회 창출하겠다"며 "전장용 MLCC, 카메라모듈, 서버용 패키지 기판 분야에서 신규 고객사 발굴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최대 고객인 애플의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희망을 품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신제품에 이른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옴)'를 최소화한 폴디드(folded·접히는)줌을 공급할 예정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 폴디드 줌 투자규모는 경쟁사 대비 4배 이상 많고, 이들 신제품은 80∼100%의 독과점적 공급점유율이 예상된다"며 "폴디드 줌, AR(증강현실) 3D 비행거리측정(ToF) 센서 등 대규모 투자 결정은 글로벌 빅테크 업체로부터 최종 품질승인을 이미 획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 투자로 LG이노텍은 앞으로 2년간 총 6조8000억원 규모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광학솔루션 사업의 성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