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2년 만에 새로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선보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최대의 D램 매출처인 서버용 D램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사파이어 래피즈는 인텔의 서버용 CPU 중 DDR5 D램을 지원하는 첫 제품이다. 서버용 D램은 CPU와 결합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로 그동안 이 시장의 주력 제품은 DDR4였다.
오는 5월부터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국내 대형 IT 기업들도 단계적으로 사파이어 래피즈 도입이 유력한 가운데 CPU와 결합되는 최첨단 DDR5 D램 수요가 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한파 속에 호재를 만나게 됐다.
◇ 국내외 대형 IT 기업, 서버 두뇌 업그레이드 나선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데이터센터에 인텔의 새로운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가 5월을 기점으로 대거 교체되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시기부터 인텔의 대량 양산이 시작될 전망이며 이후 북미 4대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서버용 CPU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IT 기업들의 CPU도 사파이어 래피즈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CPU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이번 사파이어 래피즈는 업계에서 오래 기다려온 제품이기도 하다. 인텔이 내놓는 2년 만의 서버용 CPU 신제품인 데다 이전 세대 제품보다 2.9배의 성능 향상, 전력 절감 등 다양한 이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새롭게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IT 기업들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정체기를 겪었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인텔의 새로운 CPU 출시와 함께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인텔 서버용 CPU 최초로 DDR5를 적용한 제품이다. DDR이란 한 클럭 사이클 동안 두 번 데이터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DDR이 2차선이라면 DDR2는 4차선, DDR3는 8차선, DDR4는 16차선, DDR5는 32차선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최신 버전인 DDR5 D램의 칩당 최대 용량은 64Gb(기가비트)다. DDR4 D램(16Gb) 대비 4배 높다. 소비전력은 1.1V(볼트)로 9% 적고 최대 대역폭은 6400Mbps(초당메가비트)다. 쉽게 말해 더 적은 전력으로 더 좋은 성능을 낸다는 뜻이다.
DDR5는 DDR4에 비해 수치상으로 전력 사용을 20% 이상 줄이면서도 성능을 70% 이상 향상시켰다. 성능이 좋아진 만큼 가격도 DDR5가 20~30%가량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 입장에선 DDR5 교체 수요를 기다려왔다. 여기에 또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저장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다.
◇ 삼성·SK하이닉스, DDR5 준비완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DDR5 시대를 준비해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선단 12㎚급(5세대) 공정으로 16Gb DDR5 D램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도 업계 최고 속도의 DDR5 모듈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5세대 DDR5 제품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 사파이어 래피즈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특별한 이유는 해당 제품이 두 회사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CXL(Compute Express Link)도 지원한다는 점이다. CXL은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표준화 인터페이스다. 데이터센터기업들은 이 CXL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의 서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파이어 래피즈 생산량이 늘어나는 5월 이후 DDR5 D램 공급이 본격화되면 반도체 침체에서 반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공격적인 메타버스 산업 투자 계획을 지속해서 발표하면서 데이터 트래픽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서버용 D램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