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의 주가가 꿈틀대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대부분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올해는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밖으로는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움직임, 안으로는 비용 증가 등 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전날(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의 주가는 6% 이상 급등했다. 네이버는 전 거래일보다 6.22% 상승한 19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6.82% 오른 6만1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년간 양사 주가가 하루에 6% 이상 뛴 날은 이날을 포함해 5~6거래일 뿐이다. 네이버는 이날 상승으로 시가총액 32조6356억원을 기록하며 시총 30조원대를 회복했고, 카카오도 시총 27조2146억원으로 그 뒤를 쫓았다.

지난 1년간 50% 이상 급락하던 네이버·카카오의 주가는 이날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 시각)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집계해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6%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미국이 물가 상승률은 13개월 만에 6%대로 낮아지게 된다. 이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앞서 나온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도 긍정적이었다. 임금 상승세는 둔화된 반면 취업률은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0.4%)를 하회했고, 미 12월 비농업 고용자수는 예상치인 20만건을 웃돈 22만3000건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6%에서 3.5%로 내렸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각 사 제공

투자자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증권가는 지난주부터 양사의 모멘텀 개선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네이버 주가는 현재 추가 하락이 제한적인 바닥권에 있다”며 “올해 하반기 체질 개선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에 대해서는 “최악의 악재를 모두 반영하고 있는 수준이다”며 “앞으로 긍정적인 신호에 더욱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네이버가 북미 패션 C2C(개인 간 거래) 커뮤니티 포시마크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높은 매출 성장률(18.4%)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론 이로 인한 마진율 훼손은 우려되나 네이버 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한 개선 효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했다. 하나증권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년 선물하기 서비스 성장에서 법인 고객군 확장은 배송 상품 확대와 함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 일부 발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의 시각은 보수적이다. 대내외 악재가 여전해 ‘추세 반전’을 점치긴 이르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기존 자율규제 기조를 뒤집고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을 내놨다.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겪은 후과다.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에서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등을 통해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사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지난 5년 투자금액의 3배 이상 규모를 서비스 안정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카카오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플랫폼 검색 및 추천 서비스의 노출 결과와 순위 등의 결정 기준에 대한 ‘투명성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네이버를 겨냥한 조치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해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색 서비스는 네이버의 근간으로,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의 받침대 역할을 한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네이버의 전반적인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비용 문제가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3분기 영업비용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4%, 9% 증가했다. 특히 인건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41%씩 늘었다. 이에 양사는 채용 속도를 늦추는 등 감축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이버는 지난달 9개 계열사와 5.7~8.5% 임금 인상, 월 10만원의 근무환경지원비(명칭은 법인별로 상이)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단체협상 교섭을 마쳤다.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수천억원을 들일 전망이다. 현재 외부 데이터센터 임차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연간 1500억원가량을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것에 더해 경기 안산시에 짓는 제1데이터센터에 비상발전기 등 재난 예방 시설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 5일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급을 시작한 이모티콘, 쿠폰 등에만 5500억원 넘게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