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센트럴홀 입구의 모습 /LG전자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이 5일(현지 시각) 개막했다. 올해 CES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가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CES 2023에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HD(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012330) 등 550개 한국 기업을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전 세계 174개국 3000여개 사들이 총출동했다. 관람객 규모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의 참가 규모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2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초연결’에 승부수를 띄웠다. 두 회사는 눈에 띄는 신제품보다는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연결성’(Connectivity)을 대중화하고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또 2030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친환경 기술력과 활동을 알리는 데도 힘썼다. 이번 CES가 ‘첨단 신기술쇼’가 아닌 ‘친환경 박람회’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국소비자가전협회(CTA)는 이날 오전 10시 CES 2023의 개막을 선언했다. CES는 5~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센트럴홀·노스홀·사우스홀 등에 부스가 마련되며, 인근 호텔에서도 각종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사실상 해당 기간 라스베이거스 전역에서 CES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삼성전자, CES 전시 제품 공개

◇ ‘단일 제품 전시 0대’ 초연결 경험에 올인한 삼성

삼성전자는 메인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에 참가업체 중 가장 넓은 3368㎡(약 1018평) 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전시관 입구에 가로 약 8.6m, 세로 약 4.3m의 대형 LED 스크린 등 총 5개의 스크린을 설치해 초연결 경험을 고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속가능(Sustainability) ▲스마트싱스(SmartThings) ▲파트너십(Partnership)이 핵심 키워드다. 기기간 연결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과의 연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2023년형 네오(Neo) QLED 8K TV부터 패밀리허브 신제품을 비롯한 가전 제품, 갤럭시 Z 폴드4·플립4, 갤럭시 워치 등 모바일 기기를 파트너사 제품들과 연결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CES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단순 제품 전시보다는 소비자에 초연결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고 경험을 알리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라며 “올해 부스를 보면, 홍보를 위한 단일 제품 전시물은 0대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사전 부스 투어에서 취재진이 화면의 윤곽선, 색채와 명암 대비를 강조해 저시력자들의 시청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릴루미노(Relumino)' 모드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안전성과 대중화를 위해 ▲스마트싱스(연결) ▲삼성 녹스(보안) ▲빅스비(AI) 등 3대 핵심 플랫폼을 소개하고, 주요 제품과 다양한 집 안 기기들이 어떻게 연결돼 고객의 삶에 어떤 혜택을 주는지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TV나 냉장고, 에어컨 등을 구입했을 때 사용자가 직접 등록하는 불편함 없이 제품에 가까이 접근하면 스마트싱스에 기기를 추가되는 식이다. 한번 제품이 추가되면 TV나, 스마트폰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으며, 실시간 전력사용량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인 브랜드 슬로건 ‘라이프 이스 굿(Life’s Good)’을 주제로 2044㎡(약 618평) 규모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 붙인 초대형 조형물’올레드 지평선(OLED Horizon)’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폰 앱에서 도어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 등 새로운 기능을 지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UP가전’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7년 만에 선보이는 초 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LG SIGNATURE)’ 2세대 ▲TV부터 모니터까지 LG 올레드의 게이밍 경험 ▲‘모두의 더 나은 삶’ 위한 ESG 비전 등을 소개했다.

SK는 최첨단 배터리부터 UAM(도심항공교통), SMR(소형모듈원전) 등 40여개의 관련 신기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SK가 투자하거나 협력관계를 맺은 미국 플러그파워, 테라파워,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 등 10개 파트너사도 참여해 ‘글로벌 탄소중립 동맹’의 기술력을 과시한다. SK그룹은 지난 CES에서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톤)를 줄이겠다고 공표하고, SK의 탄소 감축 여정에 함께 하자는 의미로 ‘동행(同行)’을 전시관 주제로 삼았다

SK그룹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도심항공교통(UAM) 가상현실(VR)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SK텔레콤 제공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을 바꿔 지속 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오션 트렌스포메이션’을 그룹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열린 ‘CES 2022′에서 내놨던 그룹 비전인 ‘퓨처빌더’의 역할과 방향성을 구체화한 것이다. HD현대는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등 핵심 기술력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 ‘플레이스테이션 전기차’ 소니... 탄소중립 나선 파나소닉

지난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소니는 첫 전기차를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소니는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와 합착한 첫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영화와 비디오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플레이스테이션 전기차’라고도 불린다. 소니는 추후 차량 좌석에 게임을 하면서 진동이 느껴지는 플레이스테이션5의 ‘햅틱 피드백’(진동·촉감을 전달하는 기술) 관련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니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새 전기차 브랜드명 아필라(AFEELA)와 함께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소니 혼다 모빌리티는 퀄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아필라에 스마트카 통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소니의 목표대로 차량 운행 중 영화나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으려면 자율 주행이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자율 주행 능력 강화를 위해 소니는 아필라 외관 곳곳에 카메라와 레이더 등 45개 센서를 내장해 물체 감지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에서도 ‘그린 임팩트’ 전략을 강조하면서 탄소배출량 감소 제품과 기술을 소개했다. 파나소닉은 탄소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해 ‘테이크 백 포 투모로우(Take Back for Tomorrow)’라는 가전 부품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억톤 이상 또는 현재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1%를 줄이는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CES 모터쇼 만든 美 빅테크의 귀환… 中기업은 위축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CES 2023에는 구글, 아마존 등 지난해 불참을 선언했던 글로벌 빅테크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구글은 CES 2023의 메인 전시장인 센트럴홀 야외에 단독 건물 형태의 부스를 마련했다. 외부 전광판에는 ‘안녕 애플. 나 안드로이드야(hey Apple. It’s Android)’라며, 애플을 겨냥한 다양한 광고 문구들을 내걸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구글 광고판이 설치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CES 모터쇼라고 불릴 만큼 ‘커넥티드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구글은 자동차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장 내부에는 관람객들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체험할 수 있는 차량도 배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비롯해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기술들을 선보였다.

아마존은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를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와 협업해 인공지능(AI)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카 서비스를 시연한다.

반면, 코로나 이전까지 전체 CES 참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은 480개에 그쳤다. 미중 갈등으로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전자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그나마 이름을 알만한 기업은 하이얼, 하이센스, TCL 정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