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올해는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의 연간 실적 확정치는 오는 3월 공식 발표되지만,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의 신년 메시지에 따르면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0.02% 증가한 6369억위안(약 116조8710원)으로 집계됐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데다 5세대 이동통신(5G) 특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어 수익료도 꾸준하게 들어온다.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실적이 나빠지지 않는 점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3일 화웨이에 따르면 에릭 쉬(Eric Xu) 순환회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2022년 화웨이는 성공적으로 위기 모드에서 벗어났다”며 “미국의 제재는 ‘뉴 노멀’이며 올해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재개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는 새로운 일상이 됐으며 이에 개의치 않고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디바이스 사업의 하락세는 누그러졌다”며 “화웨이 클라우드도 급속한 성장을 달성했고 지능형 자동차 부품의 경쟁력과 사용자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또 “지난해 매출은 예상치와 일치한 6369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화웨이 매출은 급격하게 꺾여, 2021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29% 감소한 6340억위안(약 118조6000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수위는 매해 높아지고 있으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화웨이가 올해 사업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우선 통신장비 사업이 꾸준하게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쉬 회장도 신년 메시지를 통해 ICT 인프라 사업, 즉 통신장비 사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28.7%), 에릭슨(15%), 노키아(14.9%), ZTE(10.5%), 시스코(5.6%), 삼성전자(3.1%) 순으로 화웨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의 또 다른 수익원은 5G 기술 특허료다. 화웨이는 5G 기술 특허를 500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 독일 특허정보 분석업체인 아이피리틱스(Iplytic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5G 관련 필수 표준특허 4796건 중 화웨이는 21%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은 삼성전자(12%), LG(11%), 퀄컴(10%), 노키아(9%), 에릭슨(7%) 순이다. 지난해에도 특허 계약이 20건 이상 증가했다. 화웨이의 지적 재산 글로벌 책임자인 알란 판(Alan Fan)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스마트카, 인터넷, IoT 분야에서 20여 곳과 특허 계약을 신규로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을 갱신했다”며 “이 중 15곳은 벤츠, 아우디, BMW, 람보르기니 등 자동차 업체들이다”라고 밝혔다.
특허 계약은 금액은 물론 존재 여부까지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아 화웨이의 특허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 다만 로이터는 화웨이의 미국 지식재산권 법률 고문인 스티븐 가이즐러(Steven Geiszler)를 인용해 화웨이의 “특허 관련 매출이 지출을 초과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이즐러는 로이터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화웨이의 로열티 매출액은 12억달러(1조5300억원) 였으며 이를 통해 재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화웨이는 미국 무역제재 이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 내 기업들과 제휴하고 지방 정부와도 협력하는 등 기술 자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화웨이는 저사양 스마트폰에 중국산 칩을 탑재하는 비중을 높였다”며 “스마트폰에 비해 첨단 반도체 비중이 낮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집중하면서 중국 내에서 쉽게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39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화웨이도 포함됐다. 사우디는 석유 이후 시대에 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주력 사업으로 ‘네옴 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화웨이가 스마트도시 모바일·통신 분야 인프라 구축을 맡기로 한 것이다.
쉬 회장은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데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2023년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 화웨이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