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인디게임인 '어몽어스'. /이너슬롯 제공

인디게임이 게임사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기 위한 것이다. 과금 유도 중심의 MMORPG 게임에 염증을 느끼는 게임 이용자와 글로벌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 대형 게임사가 사업 영역을 인디게임까지 넓히고 있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가 그간 치중됐던 역할수행게임(RPG), 1인칭 슈팅 게임(FPS) 등 특정 장르 게임에서 벗어나 인디게임으로 사업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투자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 주요 게임사가 다양한 장르와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더 다양한 글로벌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인디게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인디게임이란 대형 개발사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을 뜻한다. 통상 투자자 등 외부 간섭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주류 게임이 시도하지 않는 다양한 스토리나 플레이 방식의 게임을 보여주는 게임을 뜻한다. 미국의 인디게임 개발사 이너슬로스가 2018년 출시한 후 코로나19 비대면 물결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명 '마피아 게임'인 '어몽어스'가 대표적이다.

네오위즈의 게임 '고양이와 스프'. /네오위즈 제공

국내 주요 게임사는 인디게임에 지원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16일부터 최초로 자사 온·오프라인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를 3일 동안 개최하고 있다. 참가자가 150여개의 최신 인디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행사로 스마일게이트는 더 많은 이용자가 인디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게임 플랫폼 자회사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를 통해 2019년부터는 플랫폼 내 인디게임 전용 공간인 '스토브 인디'를 운영하며 500개 이상의 인디게임을 확보하고 있다. 또 스마일게이트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130억원을 게임업계 최초로 출연했다. 상생협력기금 중 상당수 역시 스토브 인디와 중소 게임 개발사 및 협력사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네오위즈 역시 인디게임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1인 인디게임 제작사인 하이디어를 지난해 2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가 개발한 인디게임 '고양이와 스프'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 국내 게임 최초로 입점하기도 했다. 네오위즈 역시 지난 3년간 서울산업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방구석인디게임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행사에서 발견된 우수 인디게임은 네오위즈가 직접 게임을 배급하면서 게임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총 260억원 규모의 '같이가자 카카오게임즈 상생펀드'로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를 지원하고 있다. 펀드는 설립 3년 이내 및 연간 매출액 20억원 이하의 창업 초기 게임 개발사, 테스트 단계 전의 제작 초기의 게임 개발사 총제작비 5억원 이하의 저예산 게임 개발사 등이 투자 선정 대상이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 데이터를 인디 개발자가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는 등 인디게임 제작자와 상생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인디게임이 입점한 스팀 플랫폼. /스팀 캡처

국내 게임사가 인디게임에 집중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의 성장과 글로벌 게임 이용자의 인디게임에 대해 높은 관심도가 있다. 스팀은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미국의 게임 개발사 밸브코퍼레이션이 운영한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10억명 이상의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엔 해외 이용자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스팀이다.

스팀으로 글로벌 흥행을 이룬 대표적인 게임이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로 현재도 매출액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비디오게임 전문 리서치업체 VG인사이트에 따르면 게임사 해외 진출의 교두보와 같은 스팀에서 출시되는 게임의 98%는 인디게임이다. 소규모 개발사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 없이 손쉽게 게임을 출시하고 이용자와 만날 수 있다. 글로벌 게임산업의 한 축이자 해외 진출을 좌우하는 플랫폼의 주인공인 인디게임에 국내 게임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매년 출시되는 인디게임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2019년 8000개에 불과했던 스팀 내 인디게임 수는 지난해 1만1773개까지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북미 PC, 콘솔 게임 이용자 중 13%에 불과했던 인디게임 이용자는 올해 17%로 비중이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액션, 캐주얼, RPG 등 주류 장르의 이용자 수는 소폭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과도한 과금 요구를 지양하는 인디게임은 확률형 아이템 등 주류 게임의 BM에 지친 게임 이용자에게 신선한 장르로 환영받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5월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에서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인디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소액 결제나 대규모 멀티플레이 같은 주류 게임의 문법에 지친 이용자가 창의적이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게임을 갈구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인디게임 개발사는 주로 소규모 인력으로 구성되기에 대형 게임사처럼 라이브 서비스로 멀티플레이나 잦은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대형 게임사처럼 주기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출시해 결제를 유도하기보단 완성된 게임을 개발해 이를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주로 수익을 올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기기 위해 돈을 쓰는(Pay To Win)' 게임 방식인 RPG 중심이었던 한국 게임업계에 지친 이용자는 과도한 과금에 반발해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라며 "돈을 써야만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신선한 재미를 주는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