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과학산업단지에 있는 TSMC 팹 16. /TSMC 제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대만 TSMC가 반도체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와중에 월 최고 매출고를 올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TSMC를 뒤쫓는 삼성전자는 고전하고 있다.

13일 TSMC 집계에 따르면 회사의 11월 매출은 2227억600만대만달러(약 9조49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2% 급증했다. 전달보다는 5.9% 늘어난 수치로, 역대 월간 최고 매출 기록을 찍었다. 올해 1~11월 누적 매출은 2조713억대만달러(약88조2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앞서 TSMC는 4분기 예상 매출액을 6268억5000만~6520억5000만대만달러(약 26조7100억~27조7800억원)로 발표했다. 10~11월 매출 합산이 이미 4329억대만달러(약 18조원)를 넘어서 예상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상승세는 애플과 퀄컴 등 경기 혹한기에도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는 큰손 고객 덕분이다. 올해 TSMC는 글로벌 수요가 높은 아이폰14 시리즈에 사용되는 애플의 최신 칩 A16 프로세서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데일 가이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10~11월 하반기는 칩 주문량이 줄어 경쟁 반도체 업체들이 침체에 빠진 시기인데도 TSMC는 상승 궤도에 올랐다"며 "스마트폰 칩과 더불어 고성능 컴퓨팅 칩을 대거 생산하면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TSMC만 높은 실적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이은현

실제 전 세계 파운드리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3분기 기준 매출이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 곳은 TSMC가 유일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가 11.1% 성장하는 동안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 중국 SMIC는 0.2~4.1% 성장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마이너스(-) 0.1% 역성장했다. 파운드리 업체는 고객사별로 각기 다른 설계를 위탁받아 그에 맞는 최적화된 공정으로 비메모리를 생산해주기 때문에 한 번 확보한 고객을 경쟁사가 뺏기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가 재고 소진을 위해 주문을 줄이는 불황기에는 새로운 주문도 대부분 선두 업체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TSMC에 앞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선점했으나, 좀처럼 점유율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5%, TSMC는 56.1%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격차는 40.6%포인트로 지난 2분기 37%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고객 확보전에서 밀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4㎚ 공정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하며 실제 수율(양품 비율)과 성능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생산 능력이 크지 않아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수요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해 한발 앞선 목표를 제시하며 차세대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새로운 공정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적용된 1세대 3㎚ 반도체를 처음 양산한 데 이어 2025년 2㎚, 2027년 1.4㎚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모두 TSMC 양산 로드맵보다 앞선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3㎚ 공정을 적용해 퀄컴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AP 스냅드래곤8 3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전망이다"라며 "이처럼 삼성전자가 TSMC보다 빠르게 미세공정 양산 안정화에 성공한다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해 두 업체 간 소리 없는 전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