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한국에서 이음5G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노키아가 알고 있는 것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한국 기업과 협업해 만들어낸 이음5G 솔루션을 해외에 소개하면 전 세계가 하나의 5G 특화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 초 국내에 설립한 '이음5G 오픈랩'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노키아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음5G 사업의 성패는 산업계의 생태계에 달려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키아가 해외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만들어낸 5G 특화망 솔루션을 국내 기업의 실정에 맞게 도입하고, 국내에서도 좋은 솔루션이 개발되면 이를 해외에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내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는 게 한 CTO의 생각이다.
한 CTO는 에릭슨LG, SK텔레콤 등을 거쳐 노키아코리아가 지난 2008년 통신장비 업체로 한국에 진출할 때 합류했다. 이후 모바일 네트워크 책임자를 맡는 등 기술 영업과 고객 관리, 사업 개발 경험을 거친 통신업계 전문가다.
그는 "노키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노키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통신 사업자 50개 업체에 네트워크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노키아는 한국에서는 '실패한 휴대폰 회사'라는 인식이 있지만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위 안에 드는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키아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4.9%로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화웨이(28.7%), 2위는 에릭슨(15%)이다.
노키아는 현재 국내 통신업체들과 5G 기술 고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국내에서 이음5G라고 불리는 5G 특화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에는 삼성동에 있는 노키아코리아 본사 내에 '이음5G 오픈랩'도 만들었다. 일종의 개방형 테스트베드 같은 곳으로, 이음5G 구축을 원하는 기업은 누구나 방문해 솔루션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노키아 장비들과의 호환성도 확인할 수 있다.
노키아코리아가 이런 장소를 만든 것은 이음5G 구축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그 과정에 있어서 몇 가지 난제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한 CTO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천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들지만, 이음5G를 구축하려는 사업자들은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을 대상으로 만든다"며 "이음5G 서비스의 성격은 특정 분야에 특화될 수밖에 없는데, 적은 대상을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다"고 했다.
결국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이음5G 생태계 안에 들어 와서 사업적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노키아의 이음5G 오픈랩이 이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노키아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들을 공개해서 누구든지 와서 시험을 하게 한다면, 참여자들이 굉장히 빠르게 사업을 할 수 있고 매우 다양한 종류로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키아가 해외에서 5G 특화망을 구축한 사례는 500개에 달한다. 예컨대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기술 지원을 하는 '루프트한자 테크닉'에서의 활용 사례가 있다. 한 CTO는 "비행기가 몇 번 비행을 하고 나면 엔진핀을 검사해야 하는데, 이를 판정할 수 있는 테크니컬 마스터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며 "루프트한자 취항지는 많은데 테크니컬 마스터들이 이 곳을 모두 따라다닐 수 없어 루프트한자 테크닉이 5G 특화망을 구축했다. 각 취항지에서 5G 특화망을 이용해 고화질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테크니션 마스터는 사무실에서 사진으로 확인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키아가 갖고 있는 이같은 파트너 생태계를 활용하면 한국 업체들도 이음5G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동시에 나서서 이음5G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노키아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한국에 이같은 솔루션을 공급하고 싶고, 한국에서의 혁신 또한 해외에서의 또 다른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키아코리아는 이음5G를 구축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한 CTO는 "노키아가 갖고 있는 이음5G 솔루션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이를 이용하고 싶은 사업자들은 클라우드에 있는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구독해서 사용하는 서비스다"라며 "매뉴얼에 따라서 무선 장비를 설치하면 나머지 부분은 자동으로 구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업자들 중에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은 꺼리는 업체들도 있는데, 이 사업자들에게는 소형 코어 네트워크(CMU)를 공급할 수 있다"며 "수십명에서 1000여명 정도까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라고 했다.
노키아코리아의 이음5G 오픈랩은 지난 5월 말 문을 연 이후 정부 관계자들과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30번 정도 방문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방문이 있었던 것이다. 오픈랩은 16.5㎡(약 5평) 정도 되는 작은 규모였는데 성능 테스트나 장비 연동이 가능한 전용 무선국, 공유기, 네트워크 코어 설비, 대형 모니터 등이 설치돼 있었다.
국내에서 이음5G 전용주파수는 4.7㎓와 28㎓ 대역이 있는데 오픈랩에 설치된 주파수는 4.7㎓ 대역이다. 이날 오픈랩에서 확인한 다운로드 속도는 1.4Gbps 이상이었다. 지난해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801.48Mbps로, 다운로드가 가장 빠른 통신사의 다운로드 속도도 1Gbps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오픈랩에서는 국내 AR기업 맥스트(Maxst)가 개발한 '맥스워크 스마트팩토리' 기술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설비를 비추면 각 부품의 명칭과 함께 고장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매뉴얼이 화면에 표시된다. 작업자가 현장 상황을 숙련된 엔지니어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원격으로 작업 지시를 받을 수 있다.
한 CTO는 "이음5G 오픈랩은 이같은 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이기도 하지만 여러 업체들이 모여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내년에는 사업 협력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랩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다섯 군데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오픈랩 규모를 더 키우고 5G 전반에 대해 연구하는 장소로 활용하는게 목표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즈 하거나 암호화 하는 과정, 5G 어드밴스드, 나아가 6G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