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반도체 등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내년 삼성전자(005930)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00원대 였지만 최근 1300원대로 상승한 원화 대비 달러 환율도 제조 원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원가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현재 스마트폰 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이 크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를 우려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출시한 갤럭시폴드4에 대한 가격을 동결했다. 애플도 올해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의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교란 등이 장기화 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역시 가격 동결의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다.
◇삼성, 3분기 AP 매입액 80% 상승
9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DX(스마트폰·TV·가전)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은 전년 대비 약 80% 상승했다. 전체 원재료 매입액 중 모바일 AP 매입액 비중은 13.9%로 가장 크다. 올해 3분기 기준 모바일 AP 매입액은 8조142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조1032억원 대비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를 미국의 퀄컴, 대만의 미디어텍 등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원재료 가격 상승과 더불어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구매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내년 2월 출시하는 갤럭시S23에 퀄컴 스냅드래곤 비중을 100%로 확대하면서 부품 수입 비용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약 75%에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하고, 나머지는 출시 지역에 따라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2200을 넣었다. 하지만 갤럭시S23의 경우,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3부터 스냅드래곤 비중을 더욱 높아지면서 원재료 매입 가격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라며 “여기에 올해 카메라모듈 가격도 전년 대비 약 10%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의 가격 인상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2와 폴더블 갤럭시Z폴드4·플립4 가격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S22의 경우 모든 모델 출고가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책정했고, Z폴드4 256GB 가격도 동결됐다. Z폴드4 512GB 모델은 2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Z플립4는 전작 대비 10만원 가량 인상됐으나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 사실상 가격을 동결한것과 마찬가지다. 성능을 높이고도 가격을 유지해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목표였던 것이다.
환율도 부정적이다. 갤럭시S23 시리즈가 2월에 출시된다면, 보통 양산은 10월, 11월에 시작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301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1440원대 였던 것에 비해, 환율은 다소 안정된 상태다.
다만, 전작인 갤럭시S22가 양산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원·달러 환율이 1170원에서 1180원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년 만에 환율이 11% 이상 상승한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태블릿PC인 갤럭시탭S, 갤럭시탭A, 갤럭시탭FE 등의 가격을 인상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탭S8 울트라의 경우, 가격이 190만8500원이었는데 최근 212만8500원으로 22만원(11.5%)올랐다.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가격이 200만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심지어 제품 출시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났는데도 가격을 올린 것은 그만큼 제조원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 아이폰15 울트라, 300만원 육박할 듯
애플도 아이폰15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15 최고급 모델인 울트라에는 기존 프로 맥스 모델에 사용했던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비싼 티타늄 새시가 적용될 전망이다. 올해 출시됐던 아이폰14 프로 맥스 대비 최소 100달러(13만원) 이상의 비용이 더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15 울트라와 프로 모델에는 아이폰14 프로에 탑재된 A16칩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A17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14에 탑재된 A16은 전작에 탑재됐던 A15보다는 50달러(7만원) 더 비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출시될 아이폰15의 제조 단가는 아이폰 14보다 최소 150달러(20만원)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율의 영향도 크다. 예를 들어 올해 출시된 아이폰14 프로맥스 1TB는 미국에서 1599달러로 가격이 유지됐다. 하지만 고환율에 의해 한국에서는 전작보다 33만원 비싸진 250만원에 판매됐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아이폰15 울트라 고용량 모델은 300만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브스는 “아이폰 15 울트라는 아이폰 14 프로 맥스보다 최소 200달러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폰 역사상 단일 세대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