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삼성 깃발. /뉴스1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가 오는 15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을 구상한다. 주요 경영진이 모두 모여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에 대비하기 위한 위기 대응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로,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조직 개편과 연말 인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내년 경영 계획 구상에 돌입한다. 오는 15~16일 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이 먼저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이어 22일에는 반도체 사업 담당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회의를 진행한다.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작년과 같은 큰 조직 개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위기 의식이 높아 이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함께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위기 타개책을 논의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전사 차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정례적으로 열린다. 12월 회의는 통상 연말 인사 이후 새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 등 400여명이 모두 귀국해 회의에 참석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혼합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일부 해외 법인장은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례 없는 위기가 닥쳤다고 판단하고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고환율 등 복합 위기 돌파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 이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예상 평균치)는 8조2598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667억원)보다 약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가는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제품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DX부문은 북미·유럽·중남미 등 주요 시장 공략 방안, 프리미엄 전략, 재고 활용 방안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DS부문은 반도체 불황 타개책을 논의한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대응책과 재고량 관리 방안 등을 고민하고 3나노 등 첨단 공정 수율 확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립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부별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지난 7일 사내 인트라넷에 '비상경영체제 전환' 공지를 올렸다. 이 공지에 따르면 전사적으로 프린터 용지를 포함한 소모품비를 올해보다 50% 절감하기로 하고, 해외 출장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비용 절감 사항을 매달 내부에 보고하면서 비상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