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프라다, 우아한 샤넬, 깔끔한 마르지엘라…”

인기 랩퍼 겸 프로듀서 창모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아름다워’ 노래에는 이러한 가사가 등장한다. 여기서 ‘깔끔한 마르지엘라’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를 뜻하는 말이다. 프라다와 샤넬은 ‘우아한 멋’을 마르지엘라는 ‘깔끔한 멋’이 있다는 본인의 느낌을 노랫말로 녹인 것이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2030세대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꼽힌다. 브랜드나 자신의 로고를 대문짝 만하게 라벨에 새기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흰색 모슬린 천에 네 방향으로 바느질 돼있는 스티치(자수)는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1일 메종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갤럭시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이하 마르지엘라 에디션)을 출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간 삼성전자가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제품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그 인기도 심상치 않다. 225만5000원이라는 고가에도 지난 1일 리셀러 플랫폼 ‘크림’에서 100대 한정으로 판매를 시작해 불과 ‘8초’ 만에 모두 완판됐다. 이는 지난 4월 갤럭시Z플립3 포켓몬 에디션이 5분 만에 완판된 것과 비교해도 빠른 기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 /삼성전자 제공

◇ 메종 마르지엘라 디자인 DNA 녹인 갤플립4

지난 1일~2일까지 1박 2일 동안 마르지엘라 에디션을 사용해봤다. 에디션은 한정판 답게 패키지 자체가 고급스러웠다. 흰색의 사각형 포장 박스에는 마르지엘라 특유의 모슬린 천이 부착돼 있었다. 모슬린은 무명이나 양모 등의 부드러운 모직물을 말한다. 마르지엘라의 라벨을 인쇄하는 원단이기도 하다. 박스 내부에는 플립4 단말기와 함께 2개의 케이스를 담은 상자가 보였다. 박스 곳곳에는 ‘Maison Margiela Paris’라는 브랜드명이 적혀있었다.

가장 중요한 단말기를 살펴봤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반 플립4와 비슷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단말기 외부 디자인은 달랐다. 흰색 바탕에 마치 전기 회로도 처럼 선이 연결된 커버 디자인이 적용된다. 삼성전자 측은 내부 디자인을 외부로 노출하는 마르지엘라 특유의 ‘데코르티크(Decortique)’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단말기의 색상이 흰색인 것 같지만, 정확하게는 살짝 회색 빛이 돌았다. 이 색은 ‘솔리드 화이트’로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색상이기도 하다. 또 번쩍번쩍 빛이 나는 유광이 아닌, 무광을 선택한 것은 튀지 않는 고급감을 느끼게 해줬다. 창모가 말한 ‘깔끔하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갤럭시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 /이신태 PD

제품 후면에는 0부터 23까지 숫자가 마치 달력처럼 적혀있었다. 특히 11이라는 숫자에만 ‘⑪’로 숫자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넘어갈 뻔 했지만, 알고보면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었다.

0부터 23의 숫자들은 각각 브랜드의 제품군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2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으면 신발 라인을 1은 여성 컬렉션, 10은 남성 컬렉션을 뜻한다. 마르지엘라 에디션에 적힌 ⑪은 여성·남성용 악세서리를 의미한다. 마르지엘라 에디션을 악세서리로 분류한 것이다.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두 가지 종류의 스페셜 사용자경험(UX) 테마(Theme)를 탑재했다. 첫번째 테마는 마치 엑스레이 스캔으로 플립4를 촬영한 것처럼 실제 내부 부품 구성을 살펴보는 것 같은 디자인이다. 폴더를 열면 위에서 아래로 스캔을 하는 빛이 이동하면서 화면이 표시됐다. 이 테마는 블랙과 화이트 버전으로 나눠져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 키링. /이신태 PD

두번째 테마는 마르지엘라의 다른 상품에도 많이 적용된 ‘페인트 브러시’ 느낌을 살렸다. 캔버스에 거친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다.

마르지엘라 에디션의 또 다른 특징은 두가지 종류의 케이스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가죽 케이스는 페인트 브러시 느낌을 강조했다. 하얀 캔버스에 회색 페인트를 칠한 듯한 ’비앙케토 (Bianchetto)’ 기법이 적용됐다. 마르지엘라 고유의 엠블럼이 반영된 4개의 스티치(자수)가 더해졌다.

두번째 실리콘 넘버링 케이스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액세서리를 상징하는 숫자 11이 은색 반지와 같이 생신 링 홀더에 각인됐다. 솔리드 흰색으로 마감된 케이스에는 역시 4개의 스티치를 포함했다.

◇ 메종 마르지엘라 모르면 ‘비추’…희소성 원한다면 ‘추천’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전체적으로 일반 플립4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제품 곳곳에 마르지엘라 브랜드 특유의 감수성이 녹아든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3040세대를 위해 톰브라운 에디션을 만들었다면, 메종 마르지엘라는 2030을 위해 만든 제품이다.

마르지엘라 에디션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100대가 8초만에 팔렸고, 같은날 삼성닷컴에서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진행한 구매 응모 역시 완판되며 성황리 종료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전날 중국에서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갤럭시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 1차 판매를 시작했는데, 모두 완판됐다. 특히 삼성닷컴, 경동, T몰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판매 시작 후 10초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중국은 이달 12일 2차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에서도 1일 삼성 닷컴 등과 주요 매장에서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 인지 여부 설문조사 결과 /샘모바일 캡처

다만, 일각에서는 마르지엘라라는 브랜드를 잘 모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전문 매체인 샘모바일은 지난달 29일 ‘메종 마르지엘라라는 브랜드는 알고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고, 응답자의 80%가 ‘모른다’고 답했다. 그간 톰브라운, 포켓몬 등 잘 알려진 브랜드와는 인지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가격도 부담이다. 일반 플립4 512GB(기가바이트) 모델이 147만4000원 인데,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225만5000원으로 53%(78만1000원)나 비싸다. 물론 마르지엘라를 모르는 소비자라면 한정판 에디션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마르지엘라 브랜드를 평소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제품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장비다. 이에 최근 젊은 세대에서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스마트폰을 통해 표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수요도 많다. 그런면에서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완성도 높은 2개의 케이스를 비롯해, 커버 디자인 등 마르지엘라 브랜드의 팬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남과 다른 희소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