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14 프로. /애플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던 아이폰14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디스플레이 패널 수주에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도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올해 애플은 아이폰14 라인업 제품을 위해 1억2000만개 수준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주문했다. 이 중 8000만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는 2000만대, BOE는 600만대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4 프로와 프로 맥스에는 LTPO OLED가 적용되고, 일반 모델에는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가 사용된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주량 8000만개 중 6000만개는 LTPO 패널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머지 LTPO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LTPO 패널은 아이폰14 프로와 프로 맥스, LG디스플레이의 LTPO 패널은 아이폰14 프로 맥스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BOE는 아이폰14 일반 모델에 들어가는 LTPS 패널만 공급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스마트폰에는 LTPS 패널이 주로 적용돼 왔다. LTPS 패널은 전자이동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빠른 반응 속도와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지만 누설되는 전력이 많은 것이 단점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Oxide TFT) 패널은 누설 전류는 적지만 반응 속도를 비롯한 성능이 LTPS 패널보다 낮다. LTPO는 LTPS 패널에 Oxide TFT 패널을 하나의 유리기판 위에 올려 LTPS와 Oxide TFT의 장점만 취한 기술로 누설 전류는 적으면서도 성능은 높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들 수 있다.

LTPO는 전력 절감과 고화질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관련 시장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LTPO OLED(AMOLED)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1억4800만장으로 전년 대비 94% 늘어났으며 내년에도 올해 대비 25%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소비 절감으로 더욱 긴 배터리 수명과 높은 화질을 제공하는 아이폰14 판매 증가가 LTPO 수요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TPO의 제조 난도가 높은 만큼 다른 업체보다 일찍 기술을 안정화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 LTPO 패널 상용화에 성공한 뒤 양산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폰 시리즈 중 LTPO 패널이 처음으로 적용된 아이폰13에 대한 수주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 예상 이미지. /IT 팁스터 '온리스크' SNS 갈무리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노트20 울트라를 시작으로 갤럭시 시리즈에도 LTPO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내년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 갤럭시S23 울트라에도 LTPO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서야 LTPO 디스플레이 생산과 공급에 들어간 만큼 당장 수주 비중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주요 업체인 BOE도 LTPO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는 만큼 당분간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애플이 핵심 부품에 대해서는 멀티벤더(다수의 부품회사에 납품을 받으며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수주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게 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인 만큼 빠른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BOE의 경우 이제야 투자를 시작했기에 이른 시일 내에 애플에 LTPO 패널을 공급하긴 어려울 것이다”라며 “LG디스플레이도 수년간 LTPO에 투자하고 자체 스마트폰에 적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빠르게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