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웹툰’ 사업의 몸집 키우기에 나선다.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킬러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상장 사전작업으로 최근 프리미엄 웹소설 플랫폼 ‘욘더’를 현지에서 출시하면서 수익 개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웹툰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네이버의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고 있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인사이트앤컨설팅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웹툰 시장이 지난해 47억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601억달러(약 80조6000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40.8% 성장한다는 얘기다. 특히 스페리컬인사이트앤컨설팅은 네이버웹툰에 주목했다. 스페리컬인사이트앤컨설팅은 “웹툰은 이미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 문화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았고, 진입장벽 또한 높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며 “네이버웹툰은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등에서 수익과 사용자 기준 최대 규모 웹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 웹툰 포함 콘텐츠 사업 3분기 또 적자… 해답은 ‘유료결제이용자(PU)’

그간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던 네이버웹툰은 ‘수년 내 미 증시 상장’을 목표로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3월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에 약 334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6500억원) ▲올해 2월 국내 1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1082억원) ▲지난 3월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이니셔티브재팬(2000억원)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 여파로 올해 3분기 웹툰을 포함한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은 적자폭이 1047억원으로 전분기(950억원)보다 악화됐다. 전 사업부문 중 가장 큰 적자다.

네이버는 해외 진출과 함께 네이버웹툰의 IP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왓패드 등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을 인수했다. 네이버는 우선 왓패드를 통해 북미,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웹툰의 영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왓패드는 약 570만명이 만든 10억개 이상의 원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은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재팬과 종이책 온라인 판매 서비스 북팬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포털 사이트인 야후재팬과의 연동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네이버웹툰은 웹 서비스 중심의 이북재팬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의 라인망가가 향후 플랫폼 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북미 프리미엄 웹소설 플랫폼 ‘욘더’.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현재 수익성 제고를 위해 유료결제이용자(PU·Paying User)를 늘리는 방안을 골몰하고 있다. 지난달 북미 시장에 왓패드의 프리미엄 웹소설 플랫폼 욘더를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월간활성이용자수(MAU) 80%가 점차 구매력이 커질 Z세대(1996년~2012년 출생자)로 구성된 점을 노렸다. 지난 분기 미국 MAU는 1250만명, PU는 54만명으로, 유료 결제 비중이 4%가량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진출 시기가 짧아 PU 비중이 국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익모델 전환과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며 “북미 이용자는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에 소비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북미 시장에 더해 일본에서는 이북재팬과 라인망가의 시스템을 연동해 내년 초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이북재팬과 라인망가의 합산 PU는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라인망가 작품 거래액은 연초 대비 47% 늘었다. 지난 분기 일본 MAU는 2120만명, PU는 179만명으로, 유료 결제 비중이 8% 수준이다.

◇ 韓 9000원 쓸 때 美 1만3000원 써… 타깃 마케팅 강화·PPL 도입

네이버는 3년 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영업이익률을 국내(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혔다. 북미, 일본 등 주력 시장의 유료 결제 비중이 아직 한자릿수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PU를 최소 두 배에서 열 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분기 네이버웹툰의 국내 MAU는 2040만명, PU는 539만명으로, 유료 결제 비중이 26%다.

언뜻 쉽지 않은 목표로 보이지만 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해외 이용자당평균매출(ARPPU)이 높다”며 “글로벌 입지를 굳힐수록 수익은 개선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의 국가별 평균 ARPPU는 지난 분기 기준 ▲국내 9000원 ▲미국 1만3000원 ▲일본 3만5000원(이북재팬 4만8000원) ▲유럽 등 기타국가는 최대 2만4000원 등이다. 당시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북재팬의 ARPPU는 따로 집계했다.

네이버웹툰 '청춘블라썸' 속 캐릭터가 의류업체 널디(NERDY)의 후드티와 가방을 입고 있는 모습.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또 리액티베이션(재활성화) 중심으로 마케팅을 재편, 비용을 줄일 예정이다. 앱을 이미 쓰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옥외 광고 등을 통해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 보다 앱 내 이용자들을 공략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연내 작품 속에 간접광고(PPL)도 도입한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시험삼아 ‘청춘 블라썸’ 102화에 의류업체 널디(NERDY)의 후드티와 가방을 등장시켰다. 네이버웹툰은 앞서 작품 안에 제품을 등장시키는 ‘삽입형 PPL’, 웹툰 캐릭터를 활용해 작품 회차가 끝나는 하단부에 4~5컷 정도의 광고용 웹툰을 넣는 ‘스토리형 PPL’ 등을 진행했다. 캐릭터들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되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은 이번에 처음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