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넥슨 지스타 프리뷰' 행사에 나선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이날 회사는 영화 '리바운드' 제작에 넥슨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넥슨 제공

국내 게임사가 엔터테인먼트 사업 강화에 나섰다. 주요 게임사의 부진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다각화 및 다양한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통한 외연 확장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게임이라는 테두리는 벗어나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전반의 ‘재미’를 책임지는 기업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행보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가 계속되는 실적 부진 속에서 돌파구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뿐 아니라 영화, 웹툰, 소설, 음악 등 다양한 IP 활용해 사업 다각화하기 위해 게임 외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와 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넥슨이다. 넥슨은 고(故) 김정주 창업자가 ‘한국의 디즈니’를 꿈꿨던 만큼 자사 IP 활용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넥슨이 사업 확장을 위해 최근 집중하는 콘텐츠 산업 분야는 영화다. 넥슨은 최근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AGBO의 지분 49.21%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회사는 최근 AGBO 지분 인수에 1억달러 투자해 지분 11.21% 추가로 확보했다. 앞서 올 1월엔 AGBO에 4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38%를 매입하기도 했다.

넥슨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영화 ‘리바운드’ 제작 참여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리바운드는 열악한 환경에서 꿈에 도전하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 학생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자사 게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화지만 게임과 영화 등 콘텐츠를 관통하는 ‘스토리’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미래에 게임 회사가 생존하려면 필수적으로 IP가 있어야 한다”라며 “IP의 정의는 게임 타이틀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으로 게임, 웹툰, 영상 등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스크린샷./ 스마일게이트 제공

컴투스 역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게임회사를 넘어선 종합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1일 컴투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99만여 주를 취득해 지분 4.2%를 지난달 31일 취득했다고 밝혔다. 단일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18.46%), 국민연금(7.81%), KB자산운용(5.12%)에 이어 컴투스가 4대 주주가 된다.

컴투스는 게임을 중심으로 드라마, 영화, 웹툰,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앞서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효과(VFX) 등에서 기술력 확보하기도 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영상콘텐츠기업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했고 지난 3월 K팝 공연플랫폼기업 마이뮤직테이스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6월엔 자회사가 된 위지윅스튜디오와 함께 오마이걸, 마마무 등 인기 아이돌그룹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회사 알비더블유에 총 23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이브가 수퍼브를 통해 개발한 게임 '리듬하이브'. /하이브 제공

그 외 게임사 역시 자사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 자사 게임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중국 드라마 제작사 유허그미디어와 드라마 ‘크로스파이어’를 제작해 중국 텐센트 비디오 플랫폼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역으로 엔터테인먼트사도 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두 산업 간 경계는 더욱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19일 게임사업 자회사 하이브IM이 플린트의 모바일 게임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을 서비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이브는 지분 취득 방식으로 플린트에 투자 단행했다. 하이브IM은 올 3월 설립돼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 브랜드 활용한 캐주얼 게임 ‘리듬하이브’와 ‘인더섬 위드 BTS’ 출시한 바 있다. 이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의장 관점에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함축한 대단히 매력적인 콘텐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