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가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지스타는 매년 전시 대주제에 해당하는 슬로건을 발표하고 있다. 지스타가 열리는 그해 게임 트렌드를 정리하는 동시에 내년 게임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17일 지스타를 주관하는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가 처음 시작된 지난 2005년 슬로건은 ‘오라, 게임의 신천지가 열린다’이다. 여러 개의 게임 전시회를 하나로 묶어 종합 게임 전시회로 지스타를 만든 만큼 지스타를 게임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신천지로 완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2년 후 열린 지스타 2007의 슬로건은 ‘게임을 즐겨라, 비즈니스를 즐겨라’이다.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게임이 국내를 대표하는 수출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 2009년 열린 지스타 2009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게임의 바다, 부산’이다. 지스타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 2008년까지 경기도 일산에서 열렸다. 그런데 불편한 대중교통과 부족한 숙박 시설 탓에 관람객이 20만명을 넘지 못하면서 성장에 한계를 겪었다. 지스타조직위는 지난 2009년 부산으로 지스타 개최지를 옮겼고, 이후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지스타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지스타와 국내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지스타의 슬로건도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지스타의 슬로건이 ‘게임, 세상과 접속하다’ ‘게임, 세상을 감동시키다’로 세계와의 소통을 강조한 것도 게임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스타 슬로건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지난 2014년과 지난 2015년이다. 당시 국내 게임 산업은 사행성 및 중독 논란을 겪고 있었다. 자살과 살인사건 등이 게임의 폭력성 때문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전년도인 지난 2013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고,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의 내용을 사전 검열해 등급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스타 2014와 지스타 2015의 슬로건이 각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게임, 이제부터 시작이다’인 것도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지스타는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외연을 확장했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었다. 지스타 2020의 슬로건이 ‘온택트’,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진행된 지스타 2021이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올해 지스타 슬로건은 ‘다시 한번 게임의 세상으로’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게임전시회에 대한 기대가 포함된 것이다. 지스타조직위는 정체된 게임 시장에 지스타 2022가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스타 2022에는 43개국 987개 업체가 참가해 2947개 부스를 차렸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1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역대급 규모다. 올해 지스타에는 16개 이상의 주요 신작이 공개됐다. 또 PC와 콘솔 등 플랫폼 다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중견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스타 2022에서 확인된 내년 게임 트렌드는 다양한 장르의 신작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라며 “지스타 슬로건처럼 떠나간 이용자가 다시 한번 게임의 세상으로 돌아오길 희망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