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111 포웰 스트리트(Powell Street)에 갤럭시 체험관을 운영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기업의 휴대폰 완제품 수출이 10월 29% 가까이 급감했다. LG전자(066570) 등 일부 재고를 제외하고 수출 실적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갤럭시 판매량에 의존하는 구조다. 사실상 미국, 베트남,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고가의 프리미엄폰 판매 등이 줄어드는 '갤럭시 쇼크'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애플 아이폰14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휴대폰 부품 수출은 무려 30.2%나 급증하며,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 글로벌 경기침체로 휴대폰 수출액 급감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0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폰 완제품 수출은 총 2억9000만달러(약 3800억원)로 전년 대비 28.8% 감소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수요가 유럽, 캐나다 등에서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경기 여건 악화로 전반적인 시장 수요 둔화로 전체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완제품 수출액은 한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 9월 휴대폰 완제품 수출액은 갤럭시폴드4, 플립4 등의 폴더블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3.5% 급증했지만, 한 달 만에 수출액이 2억달러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자료=과기정통부

전문가들은 휴대폰 완제품 수출액 급감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를 꼽는다. 스마트폰 주요 소비국인 미국에서 7~8%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스마트폰 수요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2억4900만대로 전년(13억3400만대)보다 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가 미국에서 출시되면서 프로 제품의 경우,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미국 휴대폰(부품 포함) 수출액은 50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4.4%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 한때 점유율 1위의 삼성전자였지만 현재는 점유율이 0%대다. 사실상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구조인데, 그나마 애플 점유율은 16%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있는 베트남 상황도 좋지 않다. 그간 3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올렸지만, 애플이 베트남 유통망 강화에 나서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베트남에서 애플스토어를 통한 온라인 판매 채널을 구축했고, 현지 1위 휴대폰 판매 유통 업체인 테저이이동(The Gioi Di Dong)과 협력해 '미니 애플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플래그십(최상위) 스마트폰 갤럭시S23 기본 모델 예상 이미지 /IT 팁스터 '온리스크' SNS 캡처

업계에서는 사실상 본격적인 소비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현실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상반기, 하반기 신제품이 출시되면 신제품 효과가 3개월 정도는 지속됐다. 하지만 신제품 효과 기간이 짧아지면서 이제는 한 달 정도에 그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에 비해 수출액이 적은 것은 갤럭시 S시리즈나 폴더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신통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올해와 내년 스마트폰 수요 감소에도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선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프리미엄 시장을 잡고 있는 애플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내년 2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3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 아이폰14에 웃는 韓 부품사

휴대폰 완제품 시장이 울상인 상황에서 부품 시장은 오히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의 인기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선전으로 이 기업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휴대폰 부품 수출액은 카메라모듈, 3차원(3D) 센싱모듈 등 고부가가치 부품 실적에 힘입어 1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0.2% 증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완제품은 중국에서 기를 못 펴고 있지만, 부품의 경우 폭스콘 등 휴대폰 생산 기지가 몰려있는 중국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휴대폰 부품의 중국 수출액은 51.8% 증가한 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부품 수출액의 77%가 중국에서 나온 셈이다.

/자료=과기정통부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보는 1410만대(점유율 20%)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포 1210만대(17%), 아너 1200만대(17%), 애플 1130만대(16%), 샤오미 900만대(13%) 순이었다. 이 중 애플만 전년 대비 출하량이 36% 증가하면서 순위권에 있는 업체 중 유일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LG이노텍(011070)은 3분기 매출(5조3874억원)과 영업이익(4448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 33% 증가했다. LG이노텍은 아이폰14에 탑재된 트리플 카메라, 비행시간거리(ToF) 3D 센싱 모듈 등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한다. 특히 상위 모델인 프로·프로맥스 시리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800억원으로 32.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