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운행 중인 카카오T 블루 택시 모습. /뉴스1

카카오T를 운영 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11월 3일부터 심야 택시 호출료를 인상한다. 정부가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 호출료를 올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인상 호출료의 최대 10%가 카카오로 돌아가면서 심야 택시 호출료 인상의 최대 수혜자가 카카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택시 승차난 완화 대책에 따라 다음 달 3일부터 카카오 일반 택시를 부를 때 적용되는 호출료인 일반 부스터 호출은 최대 4000원,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의 호출료는 최대 5000원이 된다. 호출료 인상은 심야 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만 적용된다.

카카오T 블루의 경우 호출료가 2000원이 인상되면 기본요금보다 호출료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오후 10시 택시를 이용할 경우 기본요금 3800원보다 32% 비싼 5000원의 호출료를 추가로 내게 되는 것이다. 내년 2월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올라도 이런 현상은 계속된다.

카카오T 앱의 중개 서비스들. /앱 캡처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T 블루 호출료 3000원의 절반을 가져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운송사업자와 가맹에 가입한 회원사(법인택시 또는 개인택시)가 50 대 50 비율로 호출료를 나눠갖고 있다”라고 했다.

택시 호출료가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추가 호출료 2000원의 90%는 택시기사에게 돌아간다. 전체 호출료 5000원 중 3300원이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의 몫이라는 의미다. 카카오는 호출 1건당 1700원을 수수료로 가져가게 된다.

이는 기존 수수료 1500원과 비교해 건당 200원(13.3%)이 늘어난 규모다. 업계는 카카오T 블루의 서울 지역 월평균 호출 건수가 2000만~2200만건 정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T 블루 호출의 상당 부분이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심야시간에 집중되는 걸 고려할 때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조치로 매달 최대 40억원의 이익을 더 거두게 된다.

그래픽=손민균

결국 심야 택시 대란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카카오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 앱 호출의 95%를 차지한 카카오의 독과점 폐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예시다”라며 “심야 택시 호출료 인상이 택시 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했다.

실제 택시업계는 호출료의 90%를 택시기사에게 제공한다는 정부의 대책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가 정한 심야시간대(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에 태울 수 있는 손님 수가 한정되는 만큼 추가 호출료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강제천(가명·67) 대표는 “택시기사가 이번 대책에 따라 추가로 받는 호출료는 건당 1800원으로, 심야 시간 평균 10~15명을 태운다고 가정하면 하루 2만~3만원을 더 버는 것”이라며 “이 정도로는 택시 대란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결국 카카오 좋은 일만 시켜주게 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