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뉴스1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인공지능 등 12대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육성한다. 국가전략기술 지정과 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 내에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도 신설한다. 또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R&D 예산을 4조12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5대 기술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의결했다.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은 기술패권 경쟁시대 속에 미래 먹거리 창출과 경제안보에 기여할 국가차원의 전략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 합동 전략을 말한다.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제정해 전략 기술에 330조원을 투자하고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일본도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해 전략기술에 총 5000억엔(약 4조83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12대 국가전략기술 선정을 위해 공급망·통상, 신산업, 외교·안보 등 3개 기준 및 6개 세부지표를 개발해 심사했다. 그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의 기술이 선정됐다.

12대 국가전략기술 개념도 /자료=과기정통부

◇ 국가전략기술, 예타 기간 줄이고 R&D 예산 10% 확대

국가전략기술의 1차 목표는 프로젝트 기획, 관리, 평가 전반에 걸쳐 민간 전문가에게 재량권을 부여해 5~7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급성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10개 기술을 선정해 올해 말까지 세부 추진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사업들은 지난 9월 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개선에서 발표된 패스트트랙 방식이 적극 활용된다. 시급성이 인정된 총사업비 3000억원, 사업기간 5년 이하의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7개월에서 4.5개월로 단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지원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R&D 예산을 올해 3조7400억원에서 내년에는 4조1200억원으로 10.1% 늘리기로 했다. 전체 R&D예산 증가율이 3%라는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12대 국가전략기술 경쟁력 확대 목표 /자료=과기정통부

또 정부는 국가전략기술과 관련해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범부처 통합형 예산배분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단일 부처에 예산을 주는 것이 아닌, 기술에 따라 관련 있는 부처들을 묶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성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 인력현황 분석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체계적인 인력양성 정책 수립을 위해 전략기술 분야별 국내·외 연구인력 및 핵심연구기관 분포, 연구수준 등을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는 제도개선과 교육과장, 지원체계 등 맞춤형 확보 방안에 활용된다.

이 밖에 과기정통부는 기술 분야별 주요 협력국을 선정하고 국제공동연구, 인력교류, 해외 협력거점 구축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대형 전략기술 R&D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술수준과 특성을 고려한 산학연 연구거점을 지정·육성할 계획이다. 대학 내 장기·안정적 연구를 통해 기술축적, 인력양성, 산학연 협력을 주도할 연구그룹을 중점 육성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연·대학 내 부지에 기업공동연구소 설립을 지원해 핵심소재·부품, 원천기술 개발 등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전략기술 확보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신설… '발굴→기획→추진'까지 민관 협력

정부는 민관협력 중심의 전략기술 협의체 구축을 위해, 대통령이 의장인 과학기술자문회의 내에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특위에서는 전략기술 지정·관리, 기본계획 수립 등 전략기술 정책 전반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위 산하에는 기술별 전략로드맵상ㅅㅅㅅ을 마련할 실무조정위와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해 민관 합동으로 전략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전략기술 특위 운영 및 전략기술 정책기획·조정, 프로젝트 발굴·추진 등을 위해 관계부처와 기술·외교·안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 전략기술추진단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설치하기로 했다. 글로벌 산업지형, 국제협력·표준, 핵심인력 분포 등 종합적 정보분석을 토대로 범부처 정책기획을 지원할 전략기술정책센터(가칭)와 분야별 '국가기술전략센터'를 확충해 기술분석·전략수립을 위한 씽크탱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이 밖에 정부는 전략기술 지정·관리체계 구축 및 민관 역량결집 등 제도적 기반조성을 위해 '국가전략기술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략기술 조기확보에 필요한 R&D 우선투자, 도전적R&D 촉진, 우수인력 양성, 산학연거점·국제협력 등 전방위 지원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장주도 기술은 '첨단전략산업법'과 연계한 기술보호 및 인프라 지원 강화, 첨단소재는 '소부장특별법' 상 핵심품목 지원 등과 연계하는 등 기존 기술체계와의 긴밀히 연계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학기술이 국제질서의 중심에 놓이는 기정학(技政學) 구도 속, 국가경제와 안보를 연결하는 핵심고리인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국가 핵심이익을 좌우할 전략기술에 대하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중심으로 민관의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미래성장과 기술주권 확보를 실현해나가겠다"고 했다.